사흘째 이어지는 이스라엘·이란 충돌…중동 에너지 수입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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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가격 안내문이 세워져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가격 안내문이 세워져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한국의 에너지 수급에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일각에서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이 경제·산업 전반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심 에너지 시설로 공습 범위를 확대했다. 이란도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남부 걸프해역에 있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14광구 정제시설에서 큰불이 났다고 보도했다.

양국 간 공격이 전면전으로 확장한다면 에너지 수입을 중동 지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석유공사의 '2023년 국내 석유시장'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륙별 원유 수입 비중 중 중동이 71.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미주(19.1%), 아시아(6.9%) 등 순이다. 사우디아라비아(32.6%·1위), 아랍에미리트(UAE·10.9%·3위), 쿠웨이트(9.6%·4위), 이라크(9.0%·5위) 등 주요 수입국 대부분이 중동 국가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동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줄어든 2021년 이후 중동 의존도는 다시 높아졌다. 2020년 69%였던 중동산 원유 비중은 2021년 59.8%로 하락했다가 2023년 71.9%까지 올랐다.

지난해 기준 에너지믹스에서 석유(34.7%)에 이어 2위인 LNG(24.1%)도 중동 수입 비중이 3분의 1 이상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LNG 수입에서 중동 국가인 카타르(24%)와 오만(12%)을 합치면 36%에 달했다. LNG 주요 수입국은 호주(26%)가 1위였고, 이어 카타르(24%), 오만(12%), 말레이시아(12%), 미국(11%) 순이었다.

문제는 중동산 원유와 LNG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이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석유가 통과한다.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5분의 1에 육박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수송로로 꼽히는 곳이다.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이곳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로 이란은 지난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제재를 재개하자,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경고한 전례도 있다.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 '오일쇼크급' 충격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에너지 100%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휘발유·가스 가격 인상은 물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전반의 인상 압력에 놓일 수 있다.

밀러 타박의 최고시장전략가 매트 말레이는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가 관건이다. 이란은 그곳을 봉쇄할 수 있으며 하루 1천300만 배럴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만일 사태가 장기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영향을 받으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으로서도 '최후의 수단'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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