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고나면 회사 문닫나"… 대통령 '경고'에 건설업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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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 사고 현장 찾은 을지로위원회 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병덕 위원장(맨 앞)과 위원들이 지난 4일 감전으로 인한 작업자 의식 불명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이앤씨 사고 현장 찾은 을지로위원회 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병덕 위원장(맨 앞)과 위원들이 지난 4일 감전으로 인한 작업자 의식 불명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연매출 9조원이 넘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 7위 건설사 포스코이앤씨가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6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 회사의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행정부에 직접 지시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건설업계에서 면허가 취소된 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1997년 동아건설의 철제 건설 등록이 말소된 것이 유일한 사례다. A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 퇴출은 부실 시공에 따른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나 거론됐던 만큼 지금 상황이 매우 당황스럽다"며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자칫 건설업 자체를 붕괴시킬 정도로 압박감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올해 들어 다섯 차례에 걸쳐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 과징금이나 일시적 입찰 제한, 영업 정지를 넘는 '업계 퇴출 경고'다.

건설업 등록기준상 일정 범위 이상의 중대사고가 반복되면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국토교통부 판단을 거쳐 실행된다. 지금까지는 이 조항이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됐지만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내려오면서 실제 처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 조항을 포스코이앤씨 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부실 시공에 따른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주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산업기본법은 고의나 과실로 부실 시공을 해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등록 말소를 직권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포스코이앤씨 사례처럼 산업재해로 인한 경우에도 관련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법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노동 관련 등 다른 법령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가 영업정지를 국토부에 요청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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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사 입찰 제한 등 처벌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현행법상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국토부에 입찰 제한 등의 제재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국가계약법 시행령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사망자가 2명 이상 동시에 발생한 경우에 한정돼 있다. 다섯 차례의 인명사고 피해자가 '각 1명'이었던 포스코이앤씨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이유로 고용부는 사망자 1명으로 요건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사자인 포스코이앤씨엔 비상이 걸렸다. 전날 정희민 사장이 사고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그룹 내 안전 전문가인 송치영 포스코그룹 안전특별진단TF팀장(부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여진이 계속돼 포스코그룹 차원의 매각 검토설까지 제기됐다. 일단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건설업계 역시 이 대통령의 강경한 지시가 나오자 초긴장한 상태다.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직접 거론하며 징벌적 징계를 경고하는 일은 흔치 않은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주요 건설사들은 상시로 시공 현장에서 안전관리 조치와 교육을 진행하고 이를 강화하고 있다. 건설업 관련 16개 단체의 연합체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지난 5일 "중대재해 근절 전담팀(TF)을 발족해 건설 안전 혁신을 이뤄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내는 간단하지 않다. 규제 중심의 안전 강화 대책은 건설사에 부담이 돼 결국 업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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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건설업체들은 안전 점검을 강화해도 현실적인 한계점이 많다고 토로한다. 건설업 특성상 하도급 구조가 복잡한 데다 청년층 유입이 끊기면서 현장이 고령자와 외국인 위주로 변해 사고 위험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건설업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건설업에서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인력은 총 206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은 900명으로 전체의 43.7%에 달한다. 50세 이상은 78.6%(1619명)다. 또 국내 산업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사망자 수는 2021년 42명에서 2023년 55명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가 건설업종에서 발생하고 있다.

공사 기한이 정해진 건설 현장에서 '작업중지권' 같은 조치를 수시로 발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날씨와 노동자 숙련도, 현장 특성 등 변수가 많아 산업재해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 탓에 건설 현장 어느 곳에서 언제 어떻게 사고가 날지 몰라 매일 긴장하고 있다"며 "건설사 산재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령 근로자 증가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만큼 사고 처벌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동우 기자 / 이희수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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