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격이 최근 한 달 새 10% 가까이 급등했다. 계절적 요인에 따라 국내 돼지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고환율로 수입량도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1일 팜에어·한경 가격지수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기준 돼지고기(탕박 기준) 도매가격은 ㎏당 5803원으로 1개월 전(5299원)보다 9.5% 올랐다. 전년 동기에 비해선 11.8% 높은 수준이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지난달 25일 ㎏당 6152원까지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가를 썼다.
돼지는 번식 주기에 따라 여름에 공급이 줄고 겨울엔 늘어난다. 돼지는 임신 4개월, 성장 6개월을 더해 임신부터 도축까지 10~11개월이 걸린다. 6~9월 무더운 여름철엔 돼지가 교배하지 않아 다음 해 4~5월께 생산량이 줄어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돼지 도축 마릿수는 156만~160만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170만 마리)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여름이 유독 무더웠던 탓이다.
고환율로 수입량이 감소한 것도 돼지고기 가격이 작년보다 오른 이유다. 3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전년 동기(5만3961t) 대비 26.7% 감소한 3만9567t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30원5전이었는데 올해 3월엔 1456원95전으로 높아졌다.
돼지고기 소매가격도 올랐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6.5% 올랐다. 같은 기간 외식으로 먹는 삼겹살 가격은 1.8% 상승했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서 3월 서울 기준 삼겹살 200g 가격은 2만276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1만9981원) 대비 1.48% 높은 수준이다. 삼겹살 가격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2만원대를 넘어섰고, 이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은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식품업계가 정부에 돼지고기 수입 관세 인하를 요구하는 이유다. 정부는 햄 등 가공식품 원재료로 주로 쓰이는 돼지고기 뒷다리 1만t에 대해 이날부터 올해 말까지 할당관세 0%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관세 인하는 1만t에 한정돼 효과는 일시적일 전망이다. 삼겹살 등 인기 소비 부위도 빠졌다. 돼지고기 관세는 25%로, 국가별 4만5000t까진 할당관세 0%가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돼지고기는 주로 햄과 같은 가공식품에 쓰인다”며 “고환율 여파로 외국산 가격이 오르면 가공식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돼지고기 가격이 점차 조정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6월 이후 생산량이 점차 늘어나는 계절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으로 외식 수요가 당분간 되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점도 가격 하락 요인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