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조 넘게 팔아 치우더니…"이건 사야지" 담은 종목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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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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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가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셀(sell) 코리아'에 나선 가운데 조선·내수주는 적극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 속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종목 중심으로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10조1427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지난달 22거래일 중 3거래일을 제외하곤 전부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이 매물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적극 사들인 업종은 조선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한화오션을 3429억원어치 담았다. 이 기간 한화오션은 외국인 순매수 상위 1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한화오션 주가는 지난달에만 16.99% 상승했다. 또 HD한국조선해양(787억원·6위)과 HD현대미포(763억원·7위) 등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주가 역시 각각 35.32%와 58.16% 뛰었다.

미국이 자체 해군력 강화를 위해 우리나라와 선박 건조 및 유지·보수·함정(MRO)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커지자 국내 조선주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앞서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이 지난달 말 한화오션을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조선업이 쇠락한 상황은 우리나라 조선사에 분명한 기회 요인"이라며 "걸림돌인 미국 내 몇 가지 법률 수정이 확인되면 조선업은 새로운 상승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외국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로부터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내수주를 대거 사들였다. 이들은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한국전력을 2446억원어치 사들였다. 한국전력은 외국인 순매수 상위 2위에 올랐으며 주가도 18.48%나 뛰었다. 한국전력은 국내 전력 생산·공급을 담당한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국내 시장에서 발생한다.

또 카카오(1430억원·3위)와 네이버(544억원·11위) 등 정보기술(IT) 플랫폼주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자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빌미로 각국의 플랫폼 규제를 압박하는 상황 속 국내 플랫폼 규제 완화로 이어질 경우 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플랫폼 관련 규제 완화 가능성에 주목한다"며 "미국의 강도 높은 완화 조치 압력에 더욱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불닭볶음면 신화'의 삼양식품(639억원·9위)도 주목했다. 삼양식품의 경우 수출 비중이 높아 상호관세 영향을 피하긴 어렵지만 '불닭볶음면'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어 이를 충분히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방산주인 LIG넥스원(977억원·5위)도 외국인의 쇼핑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증권가에선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으로 수출한 '천궁-II'의 매출 인식이 본격화하면서 2027년까지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밖에 외국인은 △에이비엘바이오(1097억원·4위) △비에이치아이(722억원·8위) △펩트론(549억원·10위) 등도 담았다.

반면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종목들은 비워내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양대 대형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조7762억원과 2조6206억원 순매도했다. 두 종목은 외국인 순매도 상위 1·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공급망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관세 부과로 인한 경기 우려를 반영하면 올 하반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수요 하향은 불가피하다"며 "시장은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 우려로 인공지능(AI) 기반의 B2B(기업 간 거래) 수요 둔화 역시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국인은 현대차(-6831억원·3위)와 기아(2762억원·6위) 등 자동차주도 대거 비워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부터 외국산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으며 오는 3일부터는 차량 부품에도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손익 관리에는 우호적인 조치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여전히 소비자 전가 이외 뚜렷한 대안을 발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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