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재개 첫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00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삼성전자와 SK스퀘어 등 반도체주 및 반도체 수혜주가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80억원어치(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 합산)를 순매도했다. 통상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연기금 거래 대부분은 국민연금 매매가 차지한다.
연기금이 이날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981억2000만원)였다. SK스퀘어(957억7800만원), 삼성전기(442억200만원), 삼성물산(238억8400만원), 삼성생명(151억4000만원), LG이노텍(147억2800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종목을 매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는 178.57% 급등했다. 1월 초 10만원대에 머물렀던 주가는 6월 말 30만원대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756.47%), SK스퀘어(361.14%), LG이노텍(261.99%), 삼성생명(154.44%), 삼성물산(95.62%) 등도 크게 뛰었다.
연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하면서도 일부 종목은 사들였다. SK하이닉스(1103억8500만원), 아모레퍼시픽(149억2800만원), 삼성E&A(93억3500만원), 산일전기(65억6800만원), 크래프톤(65억800만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56억2500만원)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종목은 순매도 상위 종목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상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307.07% 뛴 SK하이닉스만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E&A(97.92%)와 산일전기(83.32%)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5.74%)는 한 자릿수 상승률에 머물렀고, 크래프톤(-4.07%)과 아모레퍼시픽(-11.55%)은 오히려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에 앞서 비중 조절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최근 두 달간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온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연기금은 순매도 기조를 이어왔다. 일평균 순매도 금액은 약 1159억원으로 집계됐다. 39거래일 가운데 순매도 우위를 보인 날은 31일에 달했다. 순매수 우위를 보인 날은 8일에 그쳤다.
연기금이 두 달간 많이 팔아치운 종목에는 삼성전기(9852억9600만원)와 SK스퀘어(4108억4700만원)가 포함됐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서는 미래에셋증권(3840억4200만원), SK하이닉스(3647억1800만원), 두산(3359억6500만원), 삼성바이오로직스(2327억6600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NAVER(4063억7600만원), 삼성생명(2993억1400만원), 현대모비스(2731억8000만원), HD현대중공업(1327억3500만원), 대한항공(1242억4000만원), 신한지주(1148억2100만원) 등은 연기금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당국은 국민연금 리밸런싱이 대규모 매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 불안 해소에 나섰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에 들어가더라도 '폭탄'이 될 가능성은 제로"라며 "지난 5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리밸런싱 규칙을 바꾸면서 점진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시행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올랐다고 바로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고 떨어졌다고 바로 사들이는 기관이 아니다"며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 기업의 성장과 함께하는 '유니버설 오너(보편적 소유자)'로서 국민의 이익과 노후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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