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달 31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헬륨·브롬화수소 등 필요한 원자재와 관련해 일정 수준의 재고를 사전 확보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생산 공정에 직접적 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별로 복수의 조달 경로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 수급 불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공급망 리스크 대비 조치들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원자재 이슈가 단기 사안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사안으로 확대될 경우 특히 한국에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업계 '헬륨 불안' 진화…중장기 땐 리크스↑
헬륨 수급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톰스하드웨어는 31일(현지시간) 이란 전쟁 충격으로 전 세계 반도체용 헬륨 공급량 가운데 약 30%가 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핵심 헬륨 생산 거점인 카타르 내 생산시설이 멈춰 선 탓이다.
카타르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지난달 초 헬륨 생산을 중단하면서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카타르에선 지난해에만 약 6300만㎥에 달하는 헬륨이 생산됐다. 전 세계 생산량(1억9000만㎥)의 3분의 1 수준이다. 카타르에너지는 연간 헬륨 수출을 14%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선 카타르 헬륨 생산 정상화에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콘블루스헬륨컨설팅의 필 콘블루스 대표는 최근 한 웨비나를 통해 카타르 헬륨 생산이 6주 안에 일부 재개될 수 있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언급하면서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언급했다. 업계 일각에선 카타르가 생산 능력을 100% 회복하는 데 5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용 헬륨, 대체재도 없어…수요도 증가 추세
반도체용 헬륨은 마땅한 대체재도 없다.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작동 과정에서 막대한 열을 발생시킨다. 열전도율이 높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헬륨이 오염 없이 이를 식힐 수 있다. 이온 주입 공정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냉각할 때도 헬륨이 들어가는데 온도가 조금만 흔들려도 불순물(도펀트) 배치 정밀도에 영향을 준다.
진공 챔버의 누설 검사도 헬륨 없이는 어렵다. 헬륨 원자는 크기가 작아 다른 가스가 통과하지 못하는 미세 결함을 통과할 수 있어 밀폐 공정 환경 검증에 쓰인다. 박막 증착 공정에선 반응성 화학물질을 운반하는 비활성 캐리어 가스로도 활용된다.
문제는 헬륨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EUV 채택이 빨라지면서 웨이퍼당 헬륨 사용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 12조원 규모에 이르는 ASML의 EUV 스캐너를 도입하겠다고 공시했다.
美, 대부분 자국 내 소비…'기대주' 러시아도 차질
카타르를 제외하면 러시아·미국·알제리 등 3개국이 주요 헬륨 생산국으로 꼽힌다. 이들이 차지하는 생산량은 전 세계 약 60% 수준. 미국은 연간 헬륨 생산량이 약 8100만㎥로 단일 국가 기준 최대 생산국이다. 하지만 생산량의 대부분을 자국 내에서 소비한다. 이를 활용해 전 세계 수출 공백을 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 당국은 2023년 헬륨 비축분 판매도 종료했다.
러시아의 아무르 가스공장도 기대만큼 역할을 못하고 있다. 완전 가동을 가정할 경우 전 세계 수요의 최대 25%를 공급하는 최대 헬륨 생산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올해 초 기준으로 가동률은 기대치를 밑도는 실정이다. 공장 건설 지연, 폭발 사고, 기술적 차질, 서방 제대 등이 발목을 잡았다.
헬륨은 저장도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 영도(섭씨 영하 273도)에 가까운 온도를 유지하는 특수 용기에 담아야 한다. 단열이 깨지면 가스로 팽창해 빠져나간다. 액화 후 45일 안에 운송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헬륨산업 컨설팅업체 개리슨벤처스의 리처드 브룩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약 6주 분량의 헬륨을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엔 특수 컨테이너 약 200개가 발이 묶인 상태로 전해졌다.
국내 업계 "중동 사태 장기화 땐 대체 공급처 확보"
헬륨 공급망 불안에 가장 취약한 곳은 한국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 헬륨 수입 중 64.7%는 카타르산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단기'로 볼 때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 안팎에선 공급망 불안이 '중장기'로 이어질 경우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헬륨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인공지능(AI) 칩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일반 소비자용 부품보다 수익성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만 TSMC가 생산하는 엔비디아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는 RTX 50 시리즈와 같은 소비자용 제품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다.
중동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응도 시작됐다. 유럽 최대 산업용 가스기업 에어리퀴드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대만 타이중항 인근에 현지 반도체 업체용 헬륨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새 공장을 열었다. 중국에선 광둥화특가스가 6N급(99.9999%) 초고순도 헬륨 양산에 성공했고 ASML 인증도 확보했다. 중국의 연간 초고순도 헬륨 생산능력은 약 120만㎥ 수준으로 올라섰거, 일부 중국 기업은 재처리율 98% 수준의 회수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중동 사태와 관련해서도 이러한 틀에 기반해 대응하고 있고 정부와도 수급 현황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서도 반도체 업계는 국내외 이해관계자와 함께 대체 공급처 확보 등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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