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상가 망하는 상가
이홍규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공실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상가 공실률이 껑충 뛰면서 상가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공실은 수익률 하락을 넘어 자산 관리 전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보통 대출을 받아 상가에 투자하지만 과거 2%대 금리로 받은 대출이 지금은 5~6%에 달한다. 여기에 관리비와 건물 유지비도 들어간다. 상가(商家)에 잘못 투자하면 정말 ‘상가(喪家)’가 될 수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공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리적 압박도 커지며 일부 임대인들은 본인이 직접 매장을 운영할까 고심하기도 한다.
부동산 현장에서 10년 넘게 상권분석과 컨설팅을 해온 저자는 “공실로 고민하는 투자자들의 상담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임대인이 직접 운영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보통 공실이 나는 이유는 상가 위치가 고객 동선에서 벗어나거나 배후 세대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직접 뛰어든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인 매장이나 체계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하면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무인 매장조차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제 관리자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지식 없이 섣불리 창업에 나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온라인 상권 부상으로 항아리 상권 즉 동네 중심의 상권이 사라졌다고 진단한다. 이마트의 최대 경쟁자가 쿠팡인 것처럼 GS25의 최대 경쟁자는 CU가 아니라 배달의민족이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의 퀵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외출하지 않고도 집에서 주문할 수 있다.
신간 ‘돈 버는 상가 망하는 상가’는 망하지 않는 상권의 절대 원칙을 제시한다. 우선 상권 분석은 부동산 이야기가 아니라 콘텐츠와 부동산의 조합이라고 지적한다. 즉 좋은 상가를 찾는 게임이 아니라 브랜드와 적절한 상가를 찾는 게임이다.
예컨대 서울 중구 을지로의 ‘올디스타코’는 간단하게 테이크아웃을 할 수 있는 길거리 음식 콘셉트의 음식점이지만 프랜차이즈 브랜드 ‘갓잇’은 2인 세트 기준 3만원 중반대의 가격 구성에 ‘데이트 맛집’ ‘모임 맛집’ 콘셉트의 음식점이다. 타코라는 같은 아이템을 판매하지만 콘텐츠 정체성이 다른 것이다.
두 번째는 손품과 발품의 조합이다. 빅데이터를 통한 상권분석 앱 ‘오픈앱’과 ‘엑스레이앱’ ‘호갱노노’ 등을 활용해 사전에 정보를 정리하고, 그것을 토대로 가설을 세운 다음, 실제 현장에서 발품으로 검증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