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26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2기(두코바니 5·6호기) 사업 수주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프로젝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 4일 체코 측과의 계약이 성사되며, 원전에 미온적이던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의 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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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8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체코 신규 원전사업 발주사인 체코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소(EDUⅡ)와의 착수회의 일정을 조율하는 등 이 프로젝트 추진을 본격화했다.
한수원은 곧 착수회의와 함께 현장에 건설소를 열고 부지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한전기술(052690)·두산에너빌리티(034020)·대우건설(047040)·한전KPS(051600) 등 분야별 협력사와의 하도급 계약과 추가적인 협력사 공모 절차도 병행한다. 2029년 착공해 2037년 준공한다는 목표다.
K원전으로선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4호기 사업 수주 이후 16년 만의 낭보다. 한수원이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경쟁사이던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불공정 입찰을 주장하며 현지 당국의 조사 요청과 함께 소송전을 벌이며 계약이 늦춰졌으나, 지난 4일 체코 최고행정법원의 계약중지 가처분 명령 취소 즉시 계약이 이뤄졌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대한민국 원전 산업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다시 한번 국제적으로 입증한 쾌거”라며 “체코와의 협력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사업 이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이재명 정부 출범일과 맞물려 대형 해외 원전사업 계약이 성사된 만큼, 원전에 미온적인 새 정부의 정책 변화 기대감도 나온다.
이 사업은 전임 윤석열 정부 때 입찰과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이 이뤄졌으나 실질적으론 체코 정부가 이 사업을 추진한 2017년 문재인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만큼 계엄·탄핵 정부의 사업을 이어받는다는 부담에 매몰될 필요가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이재명 정부 임기 후반기인 2029년 착공 예정인 만큼 ‘배턴’을 잘 이어받아 현 정부의 성과로 만들 여지는 충분하다.
이 대통령이 조만간 체코를 직접 찾으리란 기대감도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오는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을 초청한 만큼 이 행사에 참석한다면 전후 일정을 조정해 체코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 “체코 입장에선 의미가 남다른 현대사 최대 규모의 사업”이라며 “공식적인 계약 체결식 타이밍은 놓쳤지만, 양국 정상이 이를 계기로 조만간 만나 추가적인 경제협력 확대를 논의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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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조감도. 오는 2029년 착공해 2037년 완공 계획이다.(사진=한수원) |
이는 국내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3년 전 대선 땐 원전 비중을 줄이는 감(減)원전 공약을 내걸었으나, 이번엔 현실적으로 원전을 계속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불가피론을 펼쳤다. 원전의 잠재적 위험성을 언급하면서도 안전성을 대폭 끌어올린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1순위 경제공약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산업 투자에 대량의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전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원전업계에선 새 정부가 올 2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통해 확정된 신규 원전 2기와 SMR 1기(4개 모듈) 건설에 더해 SMR을 중심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정부는 연내 2040년까지의 전력 수요 전망에 따른 발전설비 확충 계획을 담은 12차 전기본 수립에 착수해 내년 중 확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11차 전기본상 2038년까지의 신규 발전설비 확충 계획 10.3GW 중 절반인 4.6기가와트(GW)는 아직 발전원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AI 전력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이행의 현실성을 고려했을 때 태양광, 풍력 등 발전원 외에 SMR 등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길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