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모니카 김 지음·박소현 옮김/476쪽·1만9500원·다산책방
이야기는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떠나는 데서 시작한다. 낡고 좁은 아파트에 엄마와 18세 지원, 15세 지현, 이렇게 세 모녀만 남겨진다. 엄마는 버림받은 충격에 넋을 잃고 지내다가 갑자기 매일같이 생선을 사와 굽기 시작했다. 생선 눈알을 먹으면 복이 온다는 말에 혹했기 때문이다. 생선 눈알을 열심히 먹으면 복을 받아 아버지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며 엄마는 저녁마다 딸들 앞에서 생선 눈알을 씹어먹는다. 둘째 지현은 질색을 하지만 주인공인 맏딸 지원은 어느 날 “눈알이 제일 맛있다”는 엄마의 설득에 용기를 내어 생선 눈알을 입에 넣는다.
정말로 눈알은 맛있다. 지원은 그날부터 눈알의 맛을 잊을 수 없다.생선 눈알의 복을 받은 덕분일까. 엄마는 곧 ‘조지’라는 백인 남자와 사귀게 된다. 지원과 지현은 처음 본 순간부터 조지가 몹쓸 인간임을 금세 알아챈다. 조지는 여자를 등쳐먹고 사는 인물이다. 특히 동양인 여자에게 성적인 페티시를 갖고 있어 미성년자인 지현조차 더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지원도 지현도 조지가 너무 싫다. 그런데도 엄마는 조지에게 홀딱 반해 온갖 정성을 바친다. 급기야 엄마는 조지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행복에 겨워 결혼식 준비에 돌입한다. 지원은 맏딸로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지원은 눈알을 먹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한다.
지원의 부모는 전쟁으로 초토화되고 가난에 찌든 조국을 떠나 아메리칸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이주한 세대다. 지원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부모 세대처럼 언어 장벽에 가로막히거나 자신의 삶을 두고 떠나 만리타향에서 맨손으로 다시 시작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백인 남성들이 기득권을 가진 사회에서 지원은 아시아계이자 여성이기 때문에 모욕적이고 차별적인 상황에 수시로 노출된다. 엄마는 이런 사회·문화적, 정치적 장벽 앞에서 매우 가부장적이며 고전적인 선택을 한다. 바로 백인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이다.
지원은 전혀 다른 삶을 추구한다. ‘추구’라고 쓴 이유는 지원에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에서 정말 무서운 부분은 지원이 갇혀 있는 숨 막히는 삶이다. 나이는 어리고 돈은 없고, 자신의 욕망과 결단에 따르기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치이고 부대끼고 휘둘릴 수밖에 없는 삶. 작가가 그 삶을 너무나 실감 나게 묘사해서 독자는 저절로 지원의 편을 들게 된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는 바디 호러(Body Horror)와 K장녀 복수극과 러브스토리가 뒤섞인 기괴하고 독특하고 끔찍하게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부록인 저자 인터뷰도 한국인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니 꼭 읽어 보시기 바란다.정보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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