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금융산업에서 일자리 2만7000여개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반면 대규모 인력 구조 변화도 불가피한 만큼 이를 감안해 AI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주니퍼리서치와 디지털 은행 조파(Zopa)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산업에서 2만7000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권에서 가장 큰 인력 대체가 예상되는 분야는 고객 서비스와 백오피스다. 고객 응대에서 약 1만4000개, 백오피스 부문에서 약 1만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상담 인력을 대신하는 지능형 챗봇과 가상 비서, 규제 준수·사기 탐지·리스크 관리 등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면서다.
고객 서비스에서는 AI가 상담 인력의 2600만 시간을 절약하고, 연간 5억4000만파운드(약 1조170억원) 규모 운영 비용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백오피스 부문에서는 노동집약적 업무를 자동화해 1억5400만 시간이 절약되고, 연간 9억2300만파운드(약 1조7300억원) 비용 절감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AI로 인한 예상 총 비용 절감 효과는 18억파운드(한화 약 3조3883억원)에 이른다.
보고서는 생성형 AI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지만 근본적인 금융산업 노동시장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 반복 업무 중심의 일자리는 빠르게 줄어드는 대신, AI 거버넌스·데이터 전략·자동화 시스템 감독 등 새로운 역할이 떠오를 전망이다. 단순 일자리 축소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을 지탱하는 인력을 재교육하고 조직을 재구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통 은행과 디지털 전용 은행 간의 격차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AI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축한 챌린저 뱅크들은 변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반면, 구식 시스템에 묶여 있는 시중은행들은 뒤처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도입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강화를 넘어 금융 일자리 재편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동시에 안긴다”며 “은행과 정책당국은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력을 재교육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