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생산에 쓰이는 석탄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t당 140달러를 넘기기도 했던 전력용 석탄 가격은 최근 10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한국 전체 전력생산 원료 비중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력업계에서는 전기생산비 부담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석탄 비중을 낮추는 정부 정책이 급격히 시행된다면 가격 하락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100달러 이하로 내려가나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력 생산용 석탄의 가격은 이달 평균(9월 1~12일) 104.45 달러였다. 일일 기준으로는 12일 101.11달러로 100달러선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이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연료용 석탄 가격은 9월(139.54달러), 10월(145.03달러), 11월(141.5달러) 등 14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12월(126.63달러)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연료용 석탄가는 100달러 근처를 횡보하다 지난달 t당 111.53달러로 깜짝 급등하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료탄 가격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뚜렷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며 전력 수요가 급증했고, 화력발전 연료인 석탄 수요도 동시에 늘었다. 또 다른 전력용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변동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발전사들이 대체재인 석탄에 대한 수요를 늘리면서 매수세가 유입됐다.
올들어서는 석탄의 중국과 인도의 자국 생산이 늘고, 석탄을 수출하는 주요 항만 재고가 충분히 쌓이면서 항만 재고가 충분히 쌓이면서 국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격히 확대된 점도 가격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요금 인하효과 제한적일 수도"
중장기적으로는 석탄가격의 구조적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냉방·난방 수요 등에 따라 석탄 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추세 하락을 이어갈 것이란 의미다. 지난달 석탄가의 깜짝 반등도 계절적 요인과 중국 내 광산 안전 점검이라는 일시적 이벤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글로벌 전력생산 원료 비중에서 석탄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상대적으로 친환경 원료라 여겨지는 LNG나 무탄소 전력원인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역시 역시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려는 방향의 정책을 짜고 있다.
석탄가격 하락이 국내 전력업계에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전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는 석탄 가격이 하락하면 전력생산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인도네시아, 호주, 러시아 등에서 유연탄을 수입해 전력 생산에 투입한다. 국제 가격이 하락하면 발전 단가가 내려가고 전력도매가격(SMP)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환율 상승, LNG 가격 폭등, 더딘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세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력만 커지는 상황에서 그나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변수라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정부의 정책 방향대로 석탄 비중을 급격히 줄인다면 석탄가 하락에 따른 전기 요금 인하효과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