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북한 접경지인 강원도 철원, 화천, 인제, 고성 등을 찾아 현장 민심을 들었다. 전날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2심에 돌려보낸 것에 굴하지 않고 예정보다 더 많은 지역을 돌며 강행군을 펼쳤다. 20대 대선 당시 강원에서 12.5%포인트 차로 패한 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선 열세 지역을 먼저 찾아 보수층 표심 잡기에 공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철원 동송전통시장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이 후보는 “조선시대 선조는 외환을 불러 백성 수백만 명이 죽었다”며 “(반면) 정조는 백성을 사랑해서 밤낮없이 일했다”고 웅변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을 선택하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뀌고 내 삶이 통째로 바뀐다”며 “경제를 살리는 길도 유능하고 충직한 일꾼을 뽑는 게 1순위”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사법 리스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종 미소를 띠며 시민과 인사했다.
이 후보는 화천군에선 경로당을 찾아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을, 이게 저의 캐치프레이즈”라고 말했다. 지지자가 ‘법인세 면제,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면 인구 감소가 없을 것’이라고 하자 수첩을 꺼내 메모했다.
이 후보는 지역 유세 중 페이스북에 접경지 공약을 공개했다. 그는 “9·19 군사합의(남북 간 군사적 적대 행위 전면 중지)를 복원하고, 대북전단과 오물풍선, 대북·대남 방송을 상호 중단해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중도·보수 표심을 잡기 위해 민생을 내세우는 이 후보와 달리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보냈다.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도 “정치를 극도로 혐오하던 5공 시대로 되돌리는, 헌정의 시간을 되돌려놓는 퇴행적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 후보는 대법원 판결과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 등 현안을 묻는 질문에 “저는 민생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대법 판결에도 후보는 기존 기조대로 성장과 회복에 집중하고, 선대위원장들이 공격수 역할을 대신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외부 영입 인사가 공세 총대를 메고, 이 후보는 온화한 이미지를 가져가는 ‘강온양면’ 전략으로 해석된다.
철원·화천=김형규/최형창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