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빵과 포도주’에서 시작된 주류 페어링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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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욱의 술기로운 생활] 19세기 유럽 만찬 거쳐 요리마다 적절한 술 내놓는 식문화 정착 요즘 미쉐린 레스토랑에서는 코스 요리에 맞춰 술을 고르는 페어링(pairing)이 공식이 되고 있다. GETTYIMAGES 술 소비가 줄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1000kL(킬로리터)로, 10년 전보다 17% 넘게 줄었다.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구의 실질 주류 지출도 10분기 연속 감소했다.그런데 주류 경매시장에서는 여전히 최고가 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3월 뉴욕 경매에서 1945년산 로마네 콩티 한 병이 약 11억 원에 팔리며 와인 경매 최고가를 새로 썼다. 2023년에는 맥캘란 1926이 약 37억 원에 낙찰됐다. 술을 많이 마시는 시대가 지나면서 이제는 무엇을 마시고 소장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식전주의 탄생이를 보여주듯이 요즘 미쉐린 레스토랑에서는 코스 요리마다 적절한 술을 함께 즐기는 페어링(pairing)이 일반화되고 있다. 샴페인으로 입맛을 깨우고, 생선에는 화이트 와인, 스테이크에는 레드 와인을 곁들인 뒤 디저트는 달콤한 와인으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이 공식은 언제, 누가 만든 것일까.창세기 14장에서 살렘 왕 멜기세덱은 아브라함을 맞으며 빵과 포도주를 내온다. 성경에서 빵과 포도주가 처음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다. 음식과 술을 짝지은 페어링의 원형인 셈이다.로마인은 와인을 마실 때 코스 순서를 중시했다. 가벼운 전채에는 꿀을 섞은 와인 ‘물숨(mulsum)’을 냈다. 지금의 식전주다. 식사가 끝나면 ‘식사 뒤 술잔치’라는 뜻의 코미사티오(comissatio)가 이어졌다. 이 말은 코미디(comedy)와 뿌리가 같은데, 둘 다 술잔치 행렬을 뜻하는 그리스어 ‘코모스(kōmos)’에서 나왔다. 1215년 가톨릭 교회가 미사의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바뀐다는 화체설(化體說)을 공식 교리로 채택하면서 와인은 새로운 위상을 갖게 됐다. 이후 유럽 곳곳의 수도원에서 미사에 쓸 포도주를 빚기 위해 포도밭을 일궜고, 빵과 포도주는 가장 신성한 짝이 됐다.하지만 일상에서는 와인 페어링이 사라졌다. 로마인은 와인을 송진으로 밀봉한 항아리 ‘암포라’에 담아 여러 해 동안 숙성시켜 마셨다. 그런데 로마가 무너지고 암포라 대신 나무통을 쓰면서 와인은 담근 해에 바로 마셔야 하는 술이 됐다. 또 맛을 즐기기보다 몸을 다스리는 약에 가까워졌다. 중세 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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