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을 비롯한 ‘팀코리아’의 캐나다 해군 차기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은 한국 방위산업의 역량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한 무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정부는 12척(최대 60조원)의 잠수함을 도입하는 차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7일 선정했다.
◇기술력 확인한 K방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독일을 CPSP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자격을 충분히 갖춘 두 공급 업체 사이에서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했다. 카니 총리는 TKMS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예비 공급 업체인 한화오션과 협상할 수 있다는 점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한국 역시 충분한 경쟁력을 인정받았고, K방산이 세계 정상권에 올라섰다는 의미다. 독일은 오랜 기간 잠수함 기술을 선도해 온 국가다. 한국은 1990년대 독일 기술을 바탕으로 잠수함 전력을 구축했다. 지금은 독자 설계와 건조 능력을 확보했으며 리튬이온배터리와 수직발사관(VLS)을 적용한 최신 잠수함을 개발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정부 부처와 민간 기업이 ‘원 팀’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성능이 향상된 3600t급 KSS-Ⅲ 배치Ⅱ 잠수함을 제안했다. 특히 빠른 납기와 우수한 잠항 능력, 현지 기업 100여 곳과의 협력, 103조원(963억캐나다달러)이 넘는 경제 효과와 대규모 일자리 창출 계획을 제시했다. 한화오션과 한 팀이 된 HD현대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 국내 기업은 ‘절충교역’ 측면에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부 역시 산업 협력 방안을 총괄 조율하며 한국·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고도화와 북극 협력 등 방안을 제안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방문해 카니 총리 등 고위급과 밀착 접촉했다. 김 장관은 한국과 독일의 분할 발주설이 돌자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는 12척이 있다’고 했는데, 그 숫자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할 정도로 힘을 보탰다.
◇안보 패키지로 경쟁해야
이런 노력에도 한국이 독일을 넘어설 수 없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는 안보 동맹 체계, 오랜 기간 축적된 국가 간 신뢰, 공동 운용·정비·훈련을 아우르는 방산 생태계다. 독일은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2800t급 ‘212CD’ 잠수함을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캐나다로서는 잠수함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유럽 방산 생태계에 편입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 독일은 한국의 강점인 빠른 납기에 대응해 당초 계획한 2036년보다 인도 시점을 앞당기는 카드도 꺼냈다. 카니 총리는 “TKMS의 플랫폼은 북극 해역 운용에 최적화돼 있으며 나토와 완전한 상호 운용성을 갖추고 있어 원활한 통신과 정보 공유는 물론 합동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의 경쟁 방식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방산 시장은 더 이상 무기만 잘 만들어서는 승리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산업·금융·외교를 아우르는 ‘안보 패키지’를 경쟁하는 시대다. 박범진 경희대 교수는 “정부의 단순한 세일즈 외교만으로는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상대국의 안보 위험성을 전략적으로 고려한 상태에서 준동맹 수준의 신뢰 구축, 경제적 인프라, 일자리 지원, 방산 금융 지원 등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정은/김대훈/김동현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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