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잘 나가는데…"여기는 예전같지 않네요" 깜짝 [현장+]

4 days ago 7

한산한 노티드 스튜디오 청담점/사진=유지희 기자

한산한 노티드 스튜디오 청담점/사진=유지희 기자

'줄 서는 빵집'의 풍경이 달라졌다. 생크림 도넛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티드'를 비롯해, '랜디스도넛', '코끼리베이글'까지 한때 긴 대기 줄을 자랑했던 이들 매장은 이제 한산한 모습이다. 반면 대전의 '성심당'이나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인기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매장 공격적으로 늘리더니"…한산

29일 오전 10시께 찾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노티드 매장. 한때 입구를 가득 메웠던 대기 안내표시는 눈에 띄지 않았다. 매장 2층에는 두어 테이블 정도에 손님이 앉아 있었고, 도넛을 여러 개 고르기보다는 음료만 주문하는 모습도 보였다.

11시 무렵 방문한 또 다른 노티드 매장도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과거 꽉 찬 대기 줄과는 달리, 주변 다른 카페나 베이커리에 비해 특별히 붐비는 모습은 아니었다.

한 매장 직원 A씨는 "주말에도 예전만큼 웨이팅을 많이 하지 않는다"며 "한 시 반쯤 조금 붐비긴 하는데, 예전처럼 1~2시간씩 기다리는 모습은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도 "요즘에는 점심시간 특정 시간을 제외하면 10~15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 매장이 예전처럼 북적이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노티드'는 인기에 힘입어 전국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45개 매장까지 확장했으며, 지난해에만 20여 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이에 따라 긴 대기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매출도 지난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랜디스도넛·코끼리베이글' 등 과거 인기 빵집도 "예전 같지 않네"

코끼리베이글 영등포점/사진=유지희 기자

코끼리베이글 영등포점/사진=유지희 기자

'랜디스도넛', '코끼리베이글' 등 과거 인기를 끌었던 다른 브랜드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화덕 베이글로 주목받은 코끼리베이글 영등포점은 점심시간 무렵 '줄 서는 곳', '최대 6명 입장' 등의 안내 문구가 있었지만, 이날은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이 매장에 한 달에 두 번 이상 방문한다는 직장인 이 모(32) 씨는 "예전에는 아침부터 줄 서야 했는데, 확실히 요즘엔 사람들이 덜 오는 것 같다"며 "오늘도 대기 없이 바로 베이글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랜디스도넛 연남점/사진=유지희 기자

랜디스도넛 연남점/사진=유지희 기자

'랜디스도넛' 역시 국내 진출 초기 긴 줄로 화제를 모았지만, 현재는 대기 시간이 크게 짧아진 모습이다. 서울의 한 인기 매장을 찾았을 때, 매장 안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매장 직원 D씨는 "확실히 예전만큼 웨이팅하지 않는다"며 "평일은 웨이팅이 아예 없고, 주말에도 10분 이내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이 확실히 줄긴 줄었다"고 했다.

제주 애월에 위치한 본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네이버 리뷰에는 "웨이팅 없이 입장했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소셜 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노티드 도넛'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랜디스도넛'은 57.8%, '코끼리베이글'은 12.3% 줄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보면 이런 흐름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 14일 기준 전국에서 영업 중인 빵집은 1만9430곳으로 1년 새 2142곳의 빵집이 새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지난 27일 기준 1만9402곳으로 2주 만에 28곳이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늘어나는 경쟁 속에서 생존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빵집도 트렌드 변화에 민감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

지난 2월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에 늘어선 외국인 관광객들의 줄/사진=유지희 기자

지난 2월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에 늘어선 외국인 관광객들의 줄/사진=유지희 기자

베이커리 업계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가 최근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가성비'가 중시되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빵집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가성비 빵집'으로 꼽히는 '성심당'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성심당을 운영하는 로쏘주식회사는 지난해 1937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55.8% 성장했다. 매출 1000억원 돌파 2년 만에 2000억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티드나 랜디스도넛처럼 한때 '줄 서는 빵집'으로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가 다시 반등하기 위해서는 '런던베이글뮤지엄'처럼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빵 성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지난해 796억원의 매출과 2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20.9%, 91.7% 성장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입맛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 있고, 맛있게 느껴졌던 것도 금세 지루해질 수 있다. 지금 인기 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 인기가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최근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당분이 많은 제품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어 이런 변화에 발맞춰 마케팅 전략 역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런던베이글처럼 외국인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콘텐츠나 한류 드라마 속 노출이 입소문을 타며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성심당처럼 꾸준한 브랜드도 마케팅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인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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