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신용 사이클상 균열 조짐…중동발 제2 금융위기 발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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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5.03 17:00 수정2026.05.03 17:00

세계 신용 사이클상 균열 조짐…중동발 제2 금융위기 발생하나?

최근 들어 세계 신용 사이클상 종전에 볼 수 없던 균열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속속 ‘오일머니 캐시 트랩’에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캐시 트랩이란 흑자에도 현금이 부족해 자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기술적 디폴트 상황을 말한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 시작한 지난 3월 OPEC 회원국의 원유 수출 물량은 예상보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항구가 대부분 호르무즈해협에 갇혀 있는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전쟁 이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대체 항로를 마련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도 30% 이상 감소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 위기국이 겪은 ‘서든 스톱’에 비유할 만하다. 원유 수출대금이 급감하며 지급결제 수요가 많은 회원국은 외화난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먼저 두손을 든 국가는 UAE다. 외화 사정이 악화한 UAE는 미국 국채를 매각해 보유해 오다가 미국에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요청했다. 작년 한국의 사례에서 입증됐듯 주무 기관인 미국 중앙은행(Fed)은 중심 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을 지키기 위해 캐나다, 일본, 유로랜드, 영국, 스위스 등 5대 기축통화국과만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비기축통화국과는 전쟁 같은 외부 충격으로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때만 한시적으로 체결한다.

통화스와프 체결 요청에 Fed가 주저하는 사이 외화난이 가중되자 UAE는 원유 증산을 통해 해결할 목적으로 이달 1일자로 OPEC을 전격 탈퇴했다. 2019년 카타르, 2020년 에콰도르, 2023년 앙골라가 탈퇴한 전례가 있지만 UAE의 탈퇴는 충격적인 일이다. 이라크, 쿠웨이트마저 탈퇴하면 OPEC은 붕괴 일보 직전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후의 보루 격인 사우디마저 외화가 부족해 OPEC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 리야드를 스포츠, 예술, 문화 등을 아우르는 ‘제2의 뉴욕’으로 조성하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비전 2030’마저 중단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확산 중이다.

전쟁 당사국인 이란도 마찬가지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하락하기 시작한 리알화 가치가 달러당 180만리알까지 폭락했다. 이란 국민들이 자국 법정화폐를 공중에 뿌릴 정도다.

이란 정부는 고정환율제 도입 등으로 리알화 가치를 안정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자 이란 경제는 빠른 속도로 악성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역대 최저인 -10% 내외였다. 3월 소비자물가는 사상 최고치인 67%로 급등했다. 이란 국민이 겪고 있는 경제고통지수는 2010년 아랍의 봄 당시 리비아보다 높다.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결제 통화로 당초 리알과 위안 그리고 코인을 허용할 계획을 세웠다가 달러를 포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란 국민은 오래전부터 리알보다 달러를 선호해왔다. 통행료를 달러로 받으면 달러라이제이션이 급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1960년 9월 창설 이후 세계 신용 사이클상 자금 잉여국 역할을 해온 OPEC 회원국이 수요국으로 전락하면 중동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더 우려되는 건 국제통화기금(IMF)마저 자금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는 점이다. 리먼 사태보다 충격이 클 중동발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서둘러 마무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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