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가 최근 1년 3개월 동안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발의한 법안 절반 이상은 ‘세수감면’을 야기하는 내용인 걸로 파악됐다.
3년 연속 세수결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임 후보자가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면 ‘세수 확보’라는 중책을 맡을 수밖에 없다. 이에 태세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발의 법안 37건 중 21건, ‘세수감면’ 집중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10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토대로 분석한 내용을 보면 임 후보자는 지난해 4월 22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총 37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세청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한 경력을 살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세법 위주로 입법활동을 벌였다.
임 후보자의 법안들을 뜯어보면 절반이 넘는 21건의 주요내용이 세수감면이다. △종합소득세의 기본공제액을 현행 1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상향하는 소득세법안 △상속세의 일괄공제금액 및 배우자공제금액을 현행 각각 5억원에서 8억원, 1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상속·증여세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재정을 지원해 나라 곳간의 여력을 낮추는 법안들도 있다. 우리아이자립펀드 운영을 위해 국가가 18세 미만의 아동에게 매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복지법안 등이다.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때엔 비용추계서를 첨부하도록 돼 있는데, 임 후보자의 법안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가 나온 세수감면법안 8건만 해도 연평균 감면 추정액이 4조원 이상이다. 나머지 법안은 “관련 자료 부재로 인한 합리적 추계가 불가하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는 게 예정처의 분석으로, 감면 규모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국가가 18세 미만 아동에 매월 10만원씩 지급하도록 한 아동복지법안이 실현될 경우엔 연평균 7조 1000억원의 재정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자리바꿔 ‘세수확보’ 최전선…‘특별 세무조사’ 강화 우려도
임 후보자가 세수감면법안을 다수 발의한 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직속 특위인 ‘월급방위대’를 이끈 영향이 크단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대로 근로자와 다자녀가구 등의 실질 소득을 높일 감세안을 앞장서 발의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후 국회의원에서 국세청장으로 자리바꿈이 이뤄지면 임 후보자는 공약 이행을 위한 세수확보전의 최전선에 서야 한다. 의원 시절엔 세수감면에 주력했으나 국세청장으로선 세수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관가에선 임 후보자가 공약이행 재원 마련을 위해 이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체납정리, 탈세 추적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야당인 국민의힘에선 임 후보자가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4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2·4국장, 본청 조사국장 등 조사국장만 6차례 역임한 이력에 주목하고 있다. 임 후보자가 세수확보를 위해 특별(비정기) 세무조사를 강화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박성훈 의원은 “이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210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세수감면 법안 발의에 열을 올렸던 인물을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던 임 후보자가 재원 확보를 위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을 상대로 마른 수건 짜기에 나설까 우려된다”고 했다.
임 후보자의 대표발의 법안 중 세무사법안이 오는 15일 인사청문회에서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법안은 3인 이상의 세무사가 세무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세무법인 설립 요건을 완화하고, 세무사가 공공기관 및 공익법인의 재정지출, 위탁사업의운영 여부 등에 대한 조사·정산·검증·확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업무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2년 국세청 차장으로 퇴임한 후 세무법인 ‘선택’을 설립해 대표세무사를 지내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임 후보자가 세무업계가 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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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사진=국세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