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플러의 장점이 마침내 밝혀졌다- PGA챔피언십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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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티 셰플러(미국)가 18일(현지 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홀로 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환호하고 있다. 셰플러는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우승하며 시즌 2승째를 기록했다. 샬럿(미국) ㅣAP 뉴시스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18일(현지 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홀로 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환호하고 있다. 셰플러는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우승하며 시즌 2승째를 기록했다. 샬럿(미국) ㅣAP 뉴시스

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시즌 2번째 메이저대회인 107회 PGA챔피언십에서 2위를 5타 차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셰플러는 2022년과 지난해 마스터스에 이어 통산 3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며 우승 상금은 342만달러(약 47억9000만원)를 품에 안았다. 이로써 셰플러는 이달 초 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 이어 시즌 2승을 달성했다. 통산 투어 15승도 채웠다.

셰플러는 로리 매킬로이처럼 공격적이지 않아 지루하고, 타이거 우즈처럼 화려하지 않아 재미가 없고, 브라이슨 디샘보처럼 정렬적이지 않아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의 스타일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있을까?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면, ‘두려움 없는(fearless)’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 라운드 전반부에 셰플러가 11인더파일 때, 다섯 타 뒤진 2위 그룹에는 6명의 골퍼가 있었다. 그 중에는 존 람, 브라이슨 디샘보, 매튜 피츠패트릭 같은 메이저 챔피언이 있었다. 2위는 큰 의미가 없었던 그들은 공격적이었다. 비교적 무명에 가까운 데이비스 라일리와 알렉스 노렌 같은 선수도 있었다.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메이저 대회 우승 기회를 위해 그들도 공격적 전략을 기꺼이 채택했다.

그 중 존 람의 전략이 통했다. 람이 11번 홀까지 세 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9언더파가 되었고, 뒤 조에서 경기하던 셰플러가 9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공동 선두가 되었다. 셰플러를 압박하는 선수는 그가 좋아하지 않고, 그의 팬이라면 더욱 좋아하지 않을 LIV 소속의 람과 디샘보였다.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걱정되는 것은 후반 홀이었다. 대회가 열리는 퀘일할로 골프 코스는 14번 홀부터는 편안하게 플레이할 홀이 존재하지 않는다. 원온이 가능한 330야드 14번 홀(파4)은 왼편으로 워터헤저드가 따라간다. 586야드 15번 홀(파5)은 세컨샷까지 물이 관여한다. 515야드 16번 홀(파4)은 세컨샷에서 그린을 공략할 때, 그린 왼편의 워터헤저드가 부담스럽다. 216 야드 17번 홀(파3)은 물을 넘겨야 하는데, ‘일요일 핀위치’는 그린 뒤편 워터헤저드 가까이에 꽂힌다. 메이저 대회 골프 코스 중 가장 도전적인 18번 홀은 504야드 파4인데, 페어웨이 중간을 따라 줄곧 실개천이 흐른다.

김시우가 1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할로우 클럽에서 열린 PGA챔피언십 3라운드 18번 홀 벙커에서 샷을 하고 있다.  3라운드 한 때 선두를 달렸던 김시우는 마지막 날 2오버파로 부진했지만, 공동 8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샬럿(미국) ㅣAP 뉴시스

김시우가 1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할로우 클럽에서 열린 PGA챔피언십 3라운드 18번 홀 벙커에서 샷을 하고 있다. 3라운드 한 때 선두를 달렸던 김시우는 마지막 날 2오버파로 부진했지만, 공동 8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샬럿(미국) ㅣAP 뉴시스

이런 다섯 개의 홀을 지나가는 방법은 공격적 전략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두려움 없는 태도가 필요하다. 공격적인 것과 두려움 없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공격적인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많은 보상을 노리는 플레이다. 두려움 없는 것은 결과에 대한 걱정 없이 자기 스윙을 믿고 위축되지 않는 플레이다. 두려움이 없는 선수는 공격적일 수도 있고 방어적일 수도 있다. 두려움은 공을 물에 빠트릴 수 있다는 걱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선수들은 때로는 따라 잡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승리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격적으로 되기도 한다. 그러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골퍼는 자신의 스윙을 믿고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성격이 아니라 실행의 태도다.

공격적인 것과 두려움 없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공격적이라는 것은 어떤 클럽을 선택할지, 어디를 겨냥할지에 대한 전략이다. 그에 반해 두려움 없는 것은 선택한 전략을 어떻게 실행에 옮기는가에 대한 문제이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다. 즉 공격적인 것은 전략이고, 두려움 없는 것은 태도다.

셰플러는 두려움 없는 태도로 누구와 함께 경기하든지, 누가 따라오든지 상관없이 퀘일할로의 마의 14번 홀부터 18번 홀을 첫날 이븐파, 둘째 날 2언더파, 셋째 날 5언더파, 넷째 날 1언더파로 마무리했다. 107회 PGA챔피언십은 마지막 다섯 홀을 셰플러와 같은 방식으로 통과할 수 있는 선수는 없음을 보여준 대회였고, 그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인 이유를 설명해 주는 대회였다.

전략은 따라 할 수 있지만, 태도는 따라 하기 어렵다. 다른 선수들이 매킬로이의 공격적 전략을 따라 할 수 있지만, 셰플러의 두려움 없는 태도를 따라 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셰플러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다.

셰플러가 2022년에 세계랭킹 1위에 올랐을 때, 타이거 우즈의 기록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향후 12년간 1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골프 팬이 많았다. 그러나 두려움 없는 셰플러가 도달하지 못할 기록은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가 18번 홀에서 우승 퍼팅을 준비할 때, 그린 주변의 모든 관중이 사진을 찍기 위해 손을 높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두려움 없는 선수에 대한 경배처럼 보였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골프: 골프의 성지에서 깨달은 삶의 교훈’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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