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군별 목소리 들어보니
보험설계사, 세금늘까 뒤숭숭
학습지 업계, 분쟁증가 우려
간병인 "산재보험부터 해결"
당정, 5월 입법 서두르지만
핵심 당사자 뺀 간담회 '공전'
"정년과 해고 제한을 제외하면 근로자로 사는 것이 개인사업자로 사는 것보다 크게 유리하지 않죠. 세율도 높고 취업 규칙으로 여러 제한을 받기 때문입니다."
로펌에서 근로자 추정제 이슈를 담당해온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프리랜서에게 근로계약을 맺자고 하면 '제가 왜요?'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근로자 추정제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된 가운데 정작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직군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보험설계사 사이에서는 실질소득 감소 우려가 제기됐다. 현재 프리랜서 신분인 설계사는 수입의 3.3%를 사업소득세로 원천징수하고, 추후 개인별 소득 수준에 따라 종합소득세를 납부한다. 하지만 근로자는 과표 구간에 따라 6~45%의 소득세율이 적용되고 소득 수준에 맞춰 산정되는 4대 보험료 중 절반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근로자 추정제 도입 자체로 세율이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논란이 되는 모양새다. 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지점장은 "연 수입이 7000만원을 넘는 고소득 설계사도 적지 않다"며 "만약 세금이 늘어난다면 대다수 설계사가 근로자 전환을 꺼릴 것"이라고 전했다.
설계사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할 때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설계사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지 않고 주말이나 야간에도 자유롭게 일하며 실적을 쌓는다.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 장소도 유동적이다. 한 설계사는 "설계사는 본업이 아니고 투잡, 스리잡으로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회사의 업무 지휘·감독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표적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 라이더 사이에서도 회의적 시각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라이더는 "원하는 날만 일하고 주 52시간 이상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현재 구조가 낫다"고 말했다. 대리기사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근로자가 되면 오히려 잃는 게 많다는 인식이다. 이들에게는 근로자 추정제가 불필요한 입법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현장에는 자율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실상 근로자임에도 사업주가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다수 발생한다는 것이 노동계 주장이다.
출퇴근 시간과 휴게 시간까지 정해져 있어도 계약서에 '사업소득자'로 명시됐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요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박희정 시흥시노동자지원센터 센터장은 "본인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근로자 추정제를 통해 법원에 갈 문턱을 낮추고 권리를 다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더나 보험설계사 반발에 대해서는 "분쟁이 없으면 지금처럼 일해도 된다"며 "추정제는 분쟁이 생겼을 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문명순 희망간병분회 분회장은 "20년째 싸우고 있다"고 했다. 간병사들은 주 144시간을 일하면서도 보호자에게 직접 임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않는다. 침대 레일에 손이 끼거나 환자를 부축하다 허리를 다쳐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그는 "아파도 살아야 되니까 나온다"며 "어디다 소리를 낼 수가 없는 게 제일 문제"라고 말했다.
학습지 업계 역시 혼란을 겪고 있다. 구몬, 대교, 웅진씽크빅, 재능교육 등에 속한 학습지 교사 중 상당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라 회원들이 내는 교재비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구조로 일하고 있다.
대교 관계자는 "학습지 교육을 담당하는 위탁사업자를 단순한 노무 제공자가 아닌 사업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며 "현재는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비추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 구조와 운영 방식을 사전에 점검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반대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교사 전부를 다 근로자로 인정하고 4대 보험료와 퇴직금 등을 지급한다면 앞으로 학습지 시장 자체의 존립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한 학습지 교사는 "실적에 따라선 1년 만에 계약이 해지되기도 하기 때문에 단순히 근로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할 영업 행위까지도 (학습지) 교사들이 부담해야 했다"며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교육 서비스 제공이라는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추정제를 통해 '유사 근로자' 지위가 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김봉민 대교 노조 부지부장은 "변화를 꾀하는 것은 반갑지만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근로자가 되지 못하면 실질적 의미를 갖긴 어렵다"며 "1년 단위로 재계약 심사를 해서 원하는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해고에 가까운 계약해지를 하는 등 불합리한 부분이 그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5월 입법 완료를 위해 정부·여당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장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법안과 관련해 공식 간담회만 6차례, 토론회는 7차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장유진 소상공인연합회 유통·플랫폼위원회 부위원장은 "소상공인 법정단체가 공식적으로 초청받은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핵심 이해당사자가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비판이다.
[최예빈 기자 / 차창희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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