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는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최근 한경매거진앤북에서 출간한 <뉴로테리어>의 저자 손혜주 중앙대 의대 핵의학과 교수(사진)는 7일 인터뷰에서 “집이 바뀌어야 행동이 달라지고, 결국 뇌도 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책 제목인 ‘뉴로테리어(Neuro-terior)’는 ‘뇌(Neuro)’와 ‘인테리어(Interior)’를 합친 말이다. 치매를 예방하고 회복을 돕는 공간은 특별한 시설이 아니라 뇌의 나이에 맞게 설계된 집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치매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기간보다 집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훨씬 긴 질환”이라며 “약뿐 아니라 공간도 치매 예방과 관리의 중요한 처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학에서 건축으로 시선 넓혀
손 교수는 원래 공학도였다. 경북과학고를 졸업한 뒤 2001년 KAIST에서 기초 신경과학을 공부하다 의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2007년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핵의학을 전공했다. 2020년 단국대 의대 교수를 거쳐 지난해 중앙대 의대에 부임해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을 연구했다. 연구 중에도 건축물과 뇌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신경건축학을 5년간 틈틈이 공부한 결과물이 이번 책이다.
그는 진료를 이어오면서 환자들이 운동과 식단, 수면을 관리하면서도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집은 방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손 교수는 “환자의 뇌에서 병을 찾는 데는 익숙했지만 진단 전후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관한 질문에 의료는 충분한 답을 주지 못했다”며 “치매를 치료하는 의학을 넘어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치매를 수백 년간 강에 진흙이 쌓여 결국 물길을 막는 과정에 비유했다. 30대 이후부터 뇌 속에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이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되면서 노년기에 치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결국 강 주변에 맹그로브 나무를 심어 그 뿌리로 퇴적물 축적을 억제하고 지반을 강화하듯 우리 주변에 뇌 친화적 공간을 조성해 스트레스에도 심리적 균형을 되찾는 ‘뇌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 조명·동선 변화가 기억력 감퇴 막아
손 교수는 40~50대를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으로 꼽았다. 그는 “40~55세는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며 “기억력이 떨어진 뒤보다 건강할 때 뇌 친화적인 집을 만드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뉴로테리어의 핵심은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덜어내기’다. 집 안을 정리하고 조명과 동선을 단순화해 자주 쓰는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뇌에 불필요한 자극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뇌 친화적 공간의 대표 사례로 스웨덴 왕실과 가구기업 이케아가 함께 만든 치매 친화 주거 모델 ‘실비아보(SilviaBo)’를 소개했다. 실비아 왕비가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본 경험을 계기로 이케아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에게 도움을 요청해 치매 환자가 최대한 오래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거타운을 조성했다. 실비아보 내부엔 치매 환자가 자신을 낯선 사람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거울에 덮개를 달고, 변기는 눈에 잘 띄는 빨간색으로 칠했다. 옷장 문을 없애고 다음날 입을 옷만 보이도록 배치하는 등 치매 환자의 인지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손 교수는 “중증 치매 환자에게는 옷장 문을 여는 일조차 부담이 될 수 있고, 스스로 옷을 입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했다.
은정진/사진=임형택 기자 silver@hankyung.com

2 weeks ago
22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