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많이 힘들다. 앞으로 더 잘 치겠다.”
심우준(한화 이글스)이 속마음을 털어놨다. 타석에서 생각대로 되지 않아 많이 힘들지만, 꼭 반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홈 경기에서 박진만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를 10-6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파죽의 9연승을 달린 한화는 24승 13패를 기록, 같은 날 두산 베어스에 2-5로 패한 LG 트윈스(23승 14패)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한화가 9연승을 달린 것은 지난 2005년 6월 4일 청주 두산 베어스~6월 14일 광주 무등 KIA 타이거즈전 이후 7267일 만이다. 아울러 삼성 3연전 스윕은 2016년 6월 3일~5일 대구 3연전으로 3259일만이다.
9번타자 겸 유격수로 나선 심우준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결정적인 순간 클러치 능력을 뽐내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2회말 좌익수 플라이로 돌아선 심우준은 한화가 1-2로 뒤지던 3회말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사 1, 2루에서 상대 좌완 불펜 이승민의 초구 142km에 번트를 시도한 뒤 1루로 전력 질주했다. 당황한 삼성 3루수 양도근은 송구 실책을 범했고, 그 사이 3루주자 황영묵이 홈을 밟았다. 상대 실책을 유발한 심우준의 빠른 발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6회말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심우준은 7회말 매섭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한화가 5-2로 앞서던 2사 만루에서 삼성 우완 불펜 자원 김재윤의 6구 124km 슬라이더를 통타해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3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이후 이원석이 비거리 105m의 좌월 투런 아치를 그리며 득점까지 올렸다. 최종 성적은 3타수 1안타 3타점이었다.
2014년 2차 특별지명 전체 14번으로 KT위즈의 부름을 받은 심우준은 지난해까지 통산 1072경기에서 타율 0.254(2862타수 726안타) 31홈런 275타점 156도루를 올린 우투우타 내야 자원이다. 2023~2024년 상무를 통해 군 복무를 마쳤으며, 지난해 말 4년 최대 50억 원(보장 42억 원 옵션 8억 원)의 조건에 한화와 손을 잡았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아직 운이 따르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삼성전 포함해 성적은 31경기 출전에 타율 0.165(91타수 15안타) 1홈런 9타점. 그 때문인지 이날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음에도 경기 후 만난 심우준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심우준은 “솔직히 많이 힘들다. 팀이 계속 잘 나가고 있다. 솔직히 안 맞으면 소리라도 지르고 그래야 하는데, 팀이 너무 잘 나가다 보니 그것도 조심스럽다. 그냥 쌓고 있으니 그게 많이 힘들다. 어떻게든 팀에 피해 안 가게 하려고 혼자 끙끙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조금은 신경 쓰이지만, 제 개인 성적은 크게 생각 안 한다. 중요한 상황에서 투수들 편하게 안타도 치고 그래야 되는데, 안 되더라. 타이트한 경기가 많다 보니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표현을 안 하려 한다. 티를 안 내기 위해 수비에서 더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모르겠다. 땅볼을 치려고 그러면 너무 정면으로 간다. 땅볼이 너무 많이 나와 띄우려 하면 너무 뜬공이 나온다. 스스로 문제점을 못 찾고 있어서 스트레스 받는 것 같다. 타격 코치님하고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답답한 마음이 크지만, 팀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전혀 내색은 안 한다고. 심우준은 “더 참아야 된다. 팀이 잘 나갈수록 무조건 참아야 한다. 사소한 것 하나에 팀이 무너질 수 있다. 저는 무조건 참는다. 정 못 참겠으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푼다). KT때부터 그래왔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올 시즌 타율은 낮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 안타를 터뜨렸던 심우준이다. 개막전이었던 3월 22일 수원 KT전에서 7회초 결승타를 치며 한화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이날도 중요한 쐐기 타점을 올렸다.
이를 들은 심우준은 “이제는 좀 더 팬 분들이 편하게 보실 수 있게 앞에서 빨리 안타를 보여드려야 될 것 같다. 야구 선수가 너무 수비에만 집중돼 있다. 앞으로 더 잘 치겠다”고 배시시 웃었다.
끝으로 그는 이날 안타로 아쉬움이 어느 정도 해소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은 아니다. 너무 많이 쌓여 있다. 이 안타 하나에 다 풀 수는 없을 것 같다.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그래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대전=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