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징수 권한…비웃는 고액 체납자

1 week ago 12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하상렬 기자] 300억원의 국세를 체납하고 재산을 숨겨놓은 한 증권사 회장은 “이혼한 아내에게 얹혀 사는 신세”라며 고급 저택의 현관에서 국세청 직원들을 맞이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세청 조사관들이 은닉재산을 수색하며 어렵게 공매가 가능한 수석 하나를 찾아냈지만, 양 회장은 “부모님의 유골이 들어 있는 돌”이라며 국세청 직원들을 아연실색하게 한다.

국세청 직원들의 활약을 그린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극적인 재미를 위해 과장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일선 현장 조사관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에피소드다. 오히려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실의 체납자들이 더 심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부가가치세와 소득·법인세 등 국세체납액이 지난해 말 기준 114조원으로 나라살림 적자 규모를 뛰어넘으며 국가 재정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국세체납액은 최근 5년 사이에만 14.3%(14조 2362억원) 느는 등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 체납징수에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그러나 체납징수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로 손꼽힌다. 명의를 바꾸는 등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은닉하는 재산을 정부가 찾아내기 어려운 법과 제도 때문이다. 게다가 체납액이 5원 미만이면 5년, 5억원 이상이면 10년 후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상황으로 ‘버티기’에 나서는 체납자들도 다수다.

작년 고액상습체납자 1위에 오른 권혁 시도그룹 회장의 경우 세금을 내지도 않고 십수 년간 국세청과 불복소송전을 벌이며 시간을 끌었다. 권 회장의 개인·법인 체납액은 총 1조 34억원에 달하지만 국세청은 징수에 애를 먹고 있다. 그가 거주 중인 초고가 아파트인 서울 아크로비스타 등을 포함, 그의 재산으로 의심되는 부동산·법인 모두 외국인 등 명의로 돼 있어 강제 압류하지 못하는 실정이어서다.

전문가들은 고액상습체납자를 비롯한 불성실 체납자에 대한 징수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편 강경한 대응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이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창남 월드텍스연구회장은 “고액체납자의 명단공개, 감치제도 등을 운영 중이지만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고의적 체납자엔 운전면허증과 여권 압수 또는 취소 등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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