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하다 커피 한 잔”… 옷가게에서 커피를 파는 ‘진짜’ 이유[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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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스퀘어 자라 매장 옆 자카페 시그니처 메뉴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눈스퀘어 자라 매장 옆 자카페 시그니처 메뉴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패션 브랜드가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단순한 부업이 아니다. 브랜드는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을 재정의하고 있다. 자라(ZARA), 아페쎄(A.P.C.), 랄프로렌(Ralph Lauren) 등 국내외 주요 의류 브랜드가 앞다투어 브랜드 카페를 열고 있다. 패션 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공간을 통한 브랜드 감성 전달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의 진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라, 명동에서 자카페 첫 공개… 돌담 모티브에 한국적 감성 담아

9일 새 단장한 자라 눈스퀘어 플래그십스토어. 황소영 기자fangso@donga.com

9일 새 단장한 자라 눈스퀘어 플래그십스토어. 황소영 기자fangso@donga.com
지난 9일, 서울 명동 눈스퀘어 자라 플래그십스토어가 새 단장했다. 자라 브랜드 50주년을 맞아 다시 오픈한 이 매장은 총 3개 층, 672평 규모로 확대됐고 매장 한 켠에 한국에서 처음 문을 연 자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3층에 오르면 남성복 섹션과 이어지는 자카페 공간이 열린다. 회색빛 벽과 짙은 우드 마감, 그리고 자연광처럼 퍼지는 천장 조명이 인상적이다. 실제 창이 없음에도 마치 햇살이 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조명 설계로 열린 공간으로 느낌을 준다.

눈스퀘어 자라 매장 옆 자카페.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눈스퀘어 자라 매장 옆 자카페.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눈스퀘어 자라 매장 옆 자카페.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눈스퀘어 자라 매장 옆 자카페.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스페인 마드리드와 중국 난징에 이어 세번째로 오픈된 서울 명동의 자카페는 한국적인 분위기를 가득 담았다고 한다.

전통 돌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인테리어는 자라의 정제된 미니멀리즘 철학을 잘 담으면서도 한국적인 미감을 부드럽게 녹여냈다. 수정과 라떼, 모나카마카롱 등 한국적 감성을 담아낸 시그니처 메뉴도 준비됐다.

자라 관계자는 “쇼핑 중간에 카페에 들르는 것은 고객이 그 브랜드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페를 목적으로 찾는 입점 고객에게는 자연스럽게 쇼핑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존에 쇼핑을 목적으로 방문한 고객에게는 휴식 공간을 통한 체류 시간 연장이라는 방식으로 추가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브랜드들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브랜드 충성도 제고와 수익성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릴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 전략은 자라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리테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1세대 키츠네 이후 가로수길 브랜드 공간 전략 격전지로

이미 몇년 전부터 일부 패션 브랜드는 이 같은 전략을 앞서 시도해 왔다. 국내에서는 브랜드 기반 카페 문화의 1세대 격으로 메종키츠네의 카페 키츠네가 꼽힌다. 2018년 10월, 서울 가로수길에 첫 매장을 오픈한 카페 키츠네는 패션과 음악, 카페 문화가 결합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접점으로 꾸며졌다. 카페 키츠네는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진 컵, 음료, 디저트 등에서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세련된 공간 연출을 통해 고객층에게 강력한 브랜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세계적으로 카페가 흥행하면서 메종키츠네는 세계 곳곳에 플래그십 매장과 카페를 함께 열며 경험을 파는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후 카페 키츠네를 중심으로 아르켓(2021년), 폴로 랄프 로렌(2024년)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잇달아 카페를 열며 브랜드의 공간 전략이 본격화됐고 자라의 자카페도 이 흐름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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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지난해 9월 패션 브랜드 랄프로렌은 국내에 랄프스 커피 1호점을 처음 오픈했다.

신사동 가로수길 랄프로렌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자리한 카페는 짙은 녹색을 주로 사용해 꾸며졌고 앤티크한 인테리어, 폴로 베어 굿즈 등으로 구성돼 브랜드 색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브랜드가 가진 미국식 전통과 라이프스타일을 커피 한 잔에 응축한 공간이라는 업계의 평가에 공감했다.

방문 당시 평일 오전시간대라 한적한 편이었지만 매장 담당자는 주말이면 대기 줄이 늘어선다고 설명했다. 바로 맞은편에는 북유럽 감성의 ‘아르켓 카페’가 자리했고 한블럭 옆은 카페 키츠네가 자리하면서 브랜드 감성과 공간 전략의 경쟁이 상권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었다.

옷 사이에 놓인 커피 한 잔, 브랜드 철학을 전하는 방식

프랑스 패션브랜드 아페쎄도 지난해 11월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점 4층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카페 아페쎄(A.P.C.)는 의류 매장 중심부이자 아페쎄 매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전통적으로 백화점의 ‘여성캐주얼’ 층에는 여성 의류만 판매할 뿐 의류 수선집을 제외하고는 다른 편의시설 매장은 없었다. 최근 몇년 전부터 의류 판매층에 카페를 입점시키거나 제품군을 달리해 팝업스토어 형태로 오픈하기도 했지만 의류 브랜드와 연계해 카페를 구성한 것은 새로운 시도였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입점한 아페쎄 카페. 아페쎄 매장 바로 옆에 위치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입점한 아페쎄 카페. 아페쎄 매장 바로 옆에 위치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입점한 아페쎄 카페.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입점한 아페쎄 카페.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지난 8일 아페쎄 카페를 방문했다. 평일 오후임에도 빈 자리가 없었으며 대기인원도 있었다.

매장 벽면 선반 위에는 티셔츠와 가방 등이 함께 전시돼 있고 구매나 착용을 원하면 옆 의류 판매 매장으로 문의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아페쎄 카페의 일부 음료와 디저트에는 브랜드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APC알파벳으로 구성한 ‘레터링쿠키’와 초콜릿에 글씨가 새긴 ‘샌드쿠키’ 등이 시그니처 메뉴라고 한다.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카페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브랜드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스타그램을 통한 입소문에 유리하다는 점도 패션 브랜드들이 카페를 여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패션 브랜드들이 카페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환경”이라며 “SNS에 공유하기 좋은 공간이라는 점에서 브랜드가 이미지를 앞세워 카페를 여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라떼아트와 디저트 등은 소비자의 자발적인 SNS 공유를 유도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커피 한 잔, 케이크 한 조각의 가벼운 소비에 담아내는 동시에 시각적인 것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과도 맞아 떨어진다. 이런 경험이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을 시각적·미각적으로 전달하고 소비자의 일상 속 콘텐츠로 스며들며 자연스럽게 체류 시간과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결국 브랜드가 카페를 여는 이유는 소비자와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을 만들고 브랜드를 가볍게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늘리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고 스스로 브랜드 경험을 공유하게 유도하는 구조다. 카페는 이제 패션 브랜드가 자신만의 감성과 방향성을 전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9일 새 단장한 자라  명동 눈스퀘어 플래그십스토어.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9일 새 단장한 자라 명동 눈스퀘어 플래그십스토어.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9일 새 단장한 자라 명동 눈스퀘어 플래그십스토어.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9일 새 단장한 자라 명동 눈스퀘어 플래그십스토어.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9일 새 단장한 자라 눈스퀘어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옷장을 콘셉트로 꾸며졌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9일 새 단장한 자라 눈스퀘어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옷장을 콘셉트로 꾸며졌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9일 새 단장한 자라 눈스퀘어 플래그십스토어 피팅룸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9일 새 단장한 자라 눈스퀘어 플래그십스토어 피팅룸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9일 새 단장한 자라 눈스퀘어 플래그십스토어 남성복 코너. 거실을 콘셉트로 꾸며졌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9일 새 단장한 자라 눈스퀘어 플래그십스토어 남성복 코너. 거실을 콘셉트로 꾸며졌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9일 새 단장한 자라 명동  눈스퀘어 플래그십스토어.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9일 새 단장한 자라 명동 눈스퀘어 플래그십스토어.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자카페’에서 판매하는 상품.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자카페’에서 판매하는 상품.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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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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