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개인간 외환·금 거래 기승
범죄자금 세탁 이용당해 ‘위험천만’

그런데 구매자와 만나 거래한 지 5일 뒤 이 씨의 계좌는 전기통신금융사기 이용 계좌라는 이유로 지급정지됐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자금세탁을 하기 위해 엔화를 받아가고 범죄에 사용된 돈을 이 씨 계좌로 보낸 것.
이처럼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되자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개인간 외환 거래가 늘고 있다. 보유하고 있던 외화를 높은 환율에 파는 과정에서 교환 수수료를 아끼려고 직접 일대일 거래에 나서는 것인데 이 씨처럼 피해를 입는 사례도 늘고 있어 당국도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 ‘법적 사각지대’ 개인 환거래 노린 범죄조직23일 중고거래 플랫 당근마켓에는 “만나는 시점에 네이버환율로 달러를 판매하겠다”, “처분목적으로 시세보다 저렴히 내놓는다. 환율 급등으로 달러 수요도 많아지는데 좋은 가격에 가져가라”는 등 외환 거래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전날 종가 기준 원-달러환율 1537원보다 낮은 1500원에 미국 달러를 2000~3000달러가량 사겠다는 구매 희망자도 있었다. 대부분 환차익을 얻거나, 은행 환전시 내야 하는 수수료를 절약하려는 이들이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외화 환전’ 키워드로 작성된 글은 최근 한 달 사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서만 30여 건이 올라왔다.
문제는 이같은 개인간 환거래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외국환거래규정 등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매매차익 목적 없이 5000달러 이내를 매매할 때는 별도로 한국은행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 다만 기준 이하 금액이라도 상습적으로 매매하면 처벌받을 수 있고, 5000달러 이상 매매는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및 형사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1회 거래마다 10만 불까지 한 번에 구입 거래 가능하다”는 게시글도 올라와 있었다.
이런 흐름을 틈타 법적 사각지대를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조직도 늘고 있다. 보이스피싱으로 갈취한 돈을 개인 환거래를 희망하는 이들의 계좌로 보낸 뒤 달러나 엔화 실물을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버젓이 범죄자금 세탁을 하는 것. ● 금 직거래도 타깃…플랫폼 “범죄 악용 주의”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직거래 되는 금 역시 자금세탁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 4월 세종시 조치원읍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현국 씨(45)는 자신의 식당 종업원이 당근마켓에서 금 10돈을 팔려고 직거래를 하던 중 돈을 받은 통장이 지급정지 당했다는 걸 알게 됐다. 금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시세차익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직거래를 시도했다가 사기를 당한 것. 종업원이 50대 여성 구매자를 만나 금 실물을 건네주기도 전에 매매 대금 870만 원이 먼저 계좌로 입금됐는데 알고보니 이 돈을 이체한 건 보이스피싱 피해자였다. 결국 이 종업원의 계좌도 정지됐다.
정 씨는 온라인에서 접근한 구매자와 동일한 아이디를 사용하는 인물을 추적한 끝에 직접 거래를 가장해 구매자를 유인한 뒤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세종 북부경찰서 조사 결과 정 씨가 붙잡아 넘긴 30대 남성은 금 수거를 위해 섭외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정 씨의 식당 종업원으로부터 금을 가로채 간 50대 여성도 붙잡았는데 역시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경찰은 이들의 윗선을 추적하고 있다.
외화와 금 직거래로 촉발된 피해가 늘어나자 최근 금융감독원은 외화를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할 때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자금 세탁 사례가 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당근마켓은 “안전한 거래환경 조성을 위해 1000달러 이상의 외화거래와 100만 원 이상의 금 제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며 “범죄 의심 정황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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