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한 투수 맞나' 오타니 163.7㎞ 쾅! 최고 구속 찍었다... 억울한 피해자 "나한테만 계속..."

7 hours ago 3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29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선발 등판해 투구를 펼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진정 수술 후 돌아온 선수가 맞는 것인가.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가 자신의 커리어 최고 구속을 뿌렸다.

오타니는 2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에 선발 투수 겸 1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타자로는 4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쳤지만 투수로서는 2이닝 동안 27구를 던져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박수를 자아냈다.

LA 에인절스 소속이던 2023년 8월 경기 도중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자진강판한 오타니는 이후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자유계약선수(FA)로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9551억원) 초대형 계약을 맺고도 지난해엔 지명타자로만 출전해야 했다.

충분한 회복 기간을 가졌고 타자로만 나서면서도 사상 최초 50(홈런)-50(도루)를 달성하며 내셔널리그(NL)에선 처음이자 생애 3번째 메이저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 시즌엔 투수로 복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타자 오타니'를 잃을 수 없는 다저스로선 오타니에게 마이너리그에서 기회를 주는 것보다 빅리그에서 마치 재활 경기를 치르듯 조금씩 이닝을 늘려가고 구속을 회복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지난 1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1이닝 28구 1실점)에서 드디어 복귀전을 치른 오타니는 2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1이닝 18구 무실점)에서도 1이닝만 던졌다.

캔자스시티전 타석에 나서고 있는 오타니. /AFPBBNews=뉴스1

이날은 달랐다. 1회말 첫 타자 조나단 인디아에게 1,2구를 포심 패스트볼로 던져 0-2 유리한 카운트를 만든 오타니는 3,4구 유인구가 볼이 되자 5구 시속 98.2마일(158㎞) 포심으로 2루수 뜬공을 유도했다.

이어 바비 위트 주니어에겐 낮은 코스의 스위퍼를 던졌으나 좌전 안타로 출루를 허용했고 마이켈 가르시아를 상대로는 1구 스트라이크 후 바깥쪽 낮은 코스의 승부를 펼쳤으나 결국 볼넷으로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김혜성이 오타니의 도우미로 나섰다. 비니 파스콴티노가 타석에 섰고 오타니는 힘으로 밀어붙였다. 1구 99.2마일(159.6㎞), 2구 100.2마일(161.3㎞)의 빠른 공으로 0-2가 됐고 3구는 무려 101.7마일(163.7㎞) 포심을 뿌렸다. 파스콴티노가 방망이를 휘둘렀으나 타구는 2루수 김혜성에게 향했다. 김혜성은 유격수에게 공을 뿌렸고 여유 있는 병살 플레이로 이닝을 실점 없이 마칠 수 있었다.

2회엔 완벽했다. 살바도르 페레즈에게 2구 연속 스위퍼를 던졌고 3구 하이 패스트볼을 뿌려 중견수 뜬공을 이끌어냈다. 잭 캐글리온에겐 더 다양한 구종을 던졌다. 1구 포심, 2구 스위퍼로 카운트를 늘린 오타니는 3구 싱커가 볼이 되자 4구 슬라이더를 던졌다. 결과는 파울. 5구째 백도어 슬라이더를 뿌렸고 캐글리온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이어 닉 로프틴에게도 다양한 공을 뿌린 오타니느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스위퍼를 던졌고 포수 파울 플라이로 이날 투구를 마무리했다.

하루가 다르게 완벽한 몸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이날 파스콴티노에게 뿌린 3구는 오타니가 지금껏 MLB에서 던진 공 중 가장 빠를 정도로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했다. MLB 홈페이지 MLB닷컴은 오타니가 101.7마일의 공을 뿌렸다는 소식을 전하며 "오타니는 자신을 포함해 다시 한 번 누구도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내고 있다"고 감탄했다.

오타니가 1회말 1사 1,2루에서 파스콴티노를 상대로 던진 3구 101.7마일 직구(빨간색 원). 이는 오타니의 MLB 진출 후 최고 구속의 투구였다. /사진=MLB닷컴 게임데이 갈무리

MLB닷컴에 따르면 올 시즌 다저스 선수들이 던진 100마일 이상 투구 7개 중 4개가 오타니의 것이었다. 물론 오타니의 커리어를 통틀어 보면 이 공이 가장 빠른 공도 아니었다. MLB닷컴은 2023년 일본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을 이끌었던 때 이탈리아 대표팀을 상대로 102마일(164.2㎞) 공을 뿌렸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상대도 파스콴티노였다.

경기 후 파스콴티노는 "오타니는 나한테 계속 그렇게 던지더라"며 "방금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빠른 공 2개를 봤는데 그 중 2개가 나를 상대로 한 것이었다. 그와 얘기를 나눠봐야겠다. 오늘 그가 1루에서 물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못 올라왔다. 몇 년 전 일본에서 그 공을 던졌을 때 '이게 뭐야 어느 정도 속도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평소엔 그렇게 직구를 많이 던지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내게 직구를 던지는 걸 좋아하더라"라고 말했다.

다저스로선 이는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자칫 무리를 해서 부상이 재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선수에게서 경쟁심을 없앨 수는 없다"며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약간의 긴장감이 있을 때 100마일의 공을 던지기 시작했고 타자들을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모습이 나온다. 그래도 오늘은 스위퍼도 좋았고 싱커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게 오타니다.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자신을 잘 통제했다고 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100마일의 공을 보는 건 여전히 기분 좋은 일"이라고 전했다.

오타니는 "라이브 BP에서는 이런 걸 해낼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정도 구속을 던져보고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며 "수술을 처음 받았을 때를 생각하면 이렇데 다시 돌아와 좋은 투구를 할 수 있게 돼 꽤 기분이 좋다. 특히 두 번째 수술 이후 회복은 처음보다 훨씬 더 좋았다. 의사와 얘기해 봤을때도 그는 내가 완전한 모습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불펜에서 몸을 풀며 미소를 짓는 오타니. /AFPBBNews=뉴스1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