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목소리, 입속 궤양, 목의 혹… 3주 지나면 두경부암 의심하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3 hours ago 2

박준욱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흡연-음주-고령 원인 후두암 줄고, 인두암-구강암 등 젊은 환자 늘어
HPV 연관 편도암은 백신 예방 가능… 역류성 식도염 증세로 오인할 수도
암이라면 증세는 한곳에만 나타나… 동네 의원 내시경 검사로 확인 가능

박준욱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두경부암 증세가 역류성 식도염, 비염, 축농증 등 여러 이비인후과 질환과 비슷하기 때문에 잘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혹이나 궤양이 동일한 부위에서 3주 이상 지속될 때 두경부암을 의심하고, 바로 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박준욱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두경부암 증세가 역류성 식도염, 비염, 축농증 등 여러 이비인후과 질환과 비슷하기 때문에 잘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혹이나 궤양이 동일한 부위에서 3주 이상 지속될 때 두경부암을 의심하고, 바로 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암은 고령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젊다고 과신해서도 안 된다. 최근 젊은 암 환자가 많아지는 암이 적잖다. 두경부암이 그렇다. 박준욱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두경부암센터장)는 “두경부암도 원래 고령 환자가 많았지만, 최근 두경부암에 속하는 일부 암에서 젊은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40대 환자 사례들을 소개했다.

40대 중반의 직장인 이영진 씨(가명)는 5년 전 병원을 찾았다. 목이 칼칼하고 속이 쓰렸다. 신물이 넘어왔고 잔기침도 자주 했다. 매일 한 갑씩 담배를 피웠으니 역류성 식도염이라고만 생각했다. 다만 혀 안쪽의 뻐근한 느낌이 걸렸다. 박 교수가 손가락을 넣어 확인해 보니 딱딱한 혹이 있었다. 조직검사 결과 설암이었다. 항암치료와 로봇 수술을 시행했다. 일찍 발견해 치료한 덕분에 현재 이 씨는 건강하다.

40대 초반의 김성근 씨(가명)는 오른쪽 목에 혹이 생겨 동네 의원에 갔다. 혹은 딱딱했지만 통증은 없었다. 3주 동안 약을 먹어도 혹은 그대로였다. 동네 의사는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박 교수가 내시경으로 김 씨의 편도 뒤쪽을 살펴보니 우둘투둘한 혹이 있었다.

조직검사 결과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연관된 편도암이었다. 이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인데, 편도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다만 HPV 연관 편도암은 치료가 잘 되는 편이어서 병기(病期)를 낮춰 잡는다. 김 씨 또한 임파선 전이가 확인됐지만 3기가 아닌 1기로 최종 진단됐고 치료도 잘 끝났다.

● 특히 젊은 환자 늘어나는 편도암

두경부암은 머리(두부·頭部)와 목(경부·頸部)에 생기는 암이다. 뇌에 생기는 종양은 뇌종양이라 한다. 눈에 생기는 암도 망막세포종, 맥락막 흑색종처럼 따로 분류한다. 발생 원리나 치료법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두경부암은 코 안쪽부터 식도 직전까지에 발생하는 암이다. 발생 부위에 따라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비부비동암, 침샘암 등으로 나눈다. 다시 세분화하면 20여 종이 넘는다.

암 발생 부위에 따라 생존율에 차이가 있다. 눈에 보이는 부위라면 일찍 암을 발견하는 편이다. 덕분에 5년 생존율은 90%에 육박한다. 하지만 깊숙한 부위의 암은 보이지도 않고 증세도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3기 이후에 발견될 때가 많아 5년 생존율은 50% 아래로 떨어진다.

후두암 환자가 가장 많았었다. 흡연, 음주, 고령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평생 담배를 피우고 술을 자주 마신 60대 이후에서 특히 많았다.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박 교수는 “후두암은 3위로 떨어지고 인두암과 구강암 환자가 1, 2위를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후두암의 감소는 금연 인구 증가와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인두암, 구강암은 왜 늘어나는 걸까. 젊은 연령대에서는 특히 편도와 혀뿌리에서 암이 많이 발견되는데, 흡연과 음주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니다. 구강을 통한 성 접촉으로 감염된 HPV가 암을 유발하는 것. HPV만 차단하면 암 발생률도 낮출 수 있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HPV에 양성을 보이는 편도암은 30∼40%였는데, 최근 60%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 목쉰 상태 3주 넘으면 검사해야

암에 걸리면 당장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가령 후두암 가운데 성대 암은 목소리가 쉰 증세가 바로 나타난다. 이 점을 이상하게 여겨서 병원을 찾았다가 암을 발견하는 환자가 많다. 박 교수는 “이처럼 일찍 발견하면 생존율은 9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증세를 역류성 식도염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증세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역류성 식도염이라면 목소리는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한다. 아침에 심했다가 저녁에 좋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암이라면 쉰 목소리가 좋아지지 않고 지속된다.

구강암도 궤양이나 덩어리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잘 관찰하면 일찍 발견할 수 있다. 구내염과의 구별법을 알아 둬야 한다. 박 교수는 “궤양이나 혹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거나, 여러 부위로 옮겨 다닌다면 암이 아닐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궤양이나 혹이 같은 자리에서 3주가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면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플란트나 치과 보형물을 달았을 때도 상처 부위를 확인해야 한다. 같은 부위에서만 피가 나거나 붓는 증세가 오래 지속되면 구강암일 확률이 있다. 이때는 치과를 찾아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HPV 연관 편도암은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사춘기 이전에 접종할 것을 권한다. 예방효과가 이때 가장 높다. 나중에라도 평생에 한 번쯤은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목 부위 혹, 세밀하게 살펴야

목구멍 깊숙한 곳의 암은 증세가 거의 없다. 간혹 증세가 나타나도 감기, 축농증, 역류성 식도염으로 잘못 알고 방치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상당히 암이 진행된 후에야 발견된다.

가령 성대암은 목소리 변화로 금세 알아차린다. 하지만 성대 위와 아래쪽은 암이 커져도 목소리가 변하지 않는다. 인두 아래쪽에 암이 생기면 식도나 주변 조직을 침범할 때까지도 증세가 없다. 콧속에 생기는 부비동 암은 치명률이 높은데, 암이 자랄 때까지 통증조차 없다.

그래도 세밀하게 관찰하면 암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이 생기거나 목구멍에서 이물감이 느껴진다. 이때 특정 부위에서만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역류성 식도염일 때는 증세가 나타나는 부위가 바뀌지만, 암이라면 동일한 부위에서만 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증세가 3주 이상 지속되면 암 검사를 해 봐야 한다.

코막힘이나 콧물, 통증, 중이염 증세도 마찬가지다. 축농증이나 비염이 원인이라면 양쪽 코에 번갈아 증세가 나타난다. 비인두에 생긴 암이 귀 압력을 조절하는 관을 누르고 있으면 중이염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 어떤 경우든 암이라면 동일한 부위에서 증세가 나타난다. 한쪽 코와 귀에서만 증세가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목에 멍울 같은 것이 만져질 수 있다. 피곤하면 임파선이 붓고 아프거나 열이 날 수 있다. 모두 암은 아니다. 혹이 딱딱하면서 아프지 않고, 같은 자리에 고정돼 있다면 전이 여부를 의심해야 한다. 눌러봤을 때 아프지 않고 크기가 1cm 이상인 것 같다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후두 내시경 검사로 목 안쪽 깊숙한 부위의 암을 확인할 수 있다. 동네 이비인후과에서도 이 검사는 가능하다. 박 교수는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갈 게 아니라 가까운 동네 의원에 가서 검사받는 게 암을 가장 빨리 발견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로봇 도입 후 목 안쪽 수술 수월해져

구강암과 침샘암은 수술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암 덩어리가 클 경우에는 항암치료로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목 안쪽 깊숙한 부위의 암 수술이 어려웠다. 박 교수는 “손을 넣어서 수술할 수가 없었기에 턱뼈를 절개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암을 제거한 후에 다시 턱뼈를 붙이는 재건 수술도 해야 한다. 최소한 10시간 이상의 대형 수술이 되는 것. 수술 후에도 한동안 먹거나 마실 수 없고 말하지도 못한다.

최근에는 로봇 수술로 이런 불편을 크게 줄였다. 턱뼈를 절개하지 않고도 손이 닿지 않는 부위에 로봇 팔을 집어넣어 암을 제거한다. 다만 로봇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비싼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턱뼈를 절개하는 수술을 감수해야 하는 것.

이런 경우를 빼면 두경부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항암치료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추가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이미 상당히 진행된 암, 혹은 재발한 암일 때도 최근 생존율을 늘리는 추세다. 박 교수는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높여 암과 싸우는 면역항암제, 암만 골라서 타격하는 표적항암제를 비롯해 여러 방법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