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글로벌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부펀드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재정정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승자독식으로 재분배를 위한 재정의 역할은 커지는데 일자리가 줄며 세수는 줄어든다. 글로벌 초경쟁으로 국제사회 협력 없이는 자본에 대한 과세도 쉽지 않다. 세수에 의존하는 재정정책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세금 인상과 혁신 왜곡 없이 정부가 직접 투자자가 돼 AI 초과이윤을 재정으로 끌어오는 국부펀드 아이디어가 주목받는 이유다. 징수에서 투자로 재정 운영의 틀이 확장되며 ‘투자자국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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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연초에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을 선언했다. 한국투자공사(KIC), 국민성장펀드 등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펀드라고 한다. 한국형 국부펀드가 지금까지 여러 정책성 펀드 중의 하나가 되기 않으려면 어떤 정체성과 운영체계를 갖춰야 할까. 재원 조성과 운용철학, 재정과 연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펀드 조성 규모는 충분히 커야 한다. 연초에 밝힌 20조원+α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정부 보유 주식이 중심 재원이 될 때 구상이다. 그런데 상황은 변했다. 몇 년간 수백조원으로 추정되는 반도체 ‘슈퍼세수’를 중심 재원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슈퍼세수 활용을 두고 여러 주장이 있지만 수백조원을 단기 재정지출로 모두 소모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로 인한 거시경제 교란은 차치하고라도 일시적 슈퍼 세수는 다음의 반도체 하강 사이클과 미래세대를 위한 재정 재원으로 상당 부분 축적하는 것이 지속 가능 성장과 장기 재정건전성에 유리하다. 국부펀드가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축적과 재정 재원임을 분명히 하고 대규모로 조성(가령 100조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국부펀드는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잇는 ‘신뢰 자본’이다. 슈퍼세수로 국부펀드를 만든 대표 사례가 호주 퓨처펀드다. 2000년초 자원 붐에 따른 대규모 재정 흑자를 50~60조원의 퓨처펀드로 만든 호주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운용은 글로벌 국부펀드처럼 철저히 상업적이어야 한다. 적자국채 1000조원 나라에서 슈퍼세수를 국채 상환에 쓰지 않고 투자를 선택할 때는 기본전제가 기회비용(국채 발행 비용)을 초과하는 상당한 수익의 창출이다. 운용철학도 집중투자, 장기투자, 적극 관여 등을 적극 추구하며 외환보유고의 안정적 운용을 목적으로 포트폴리오 투자에 집중하는 KIC나 민간금융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투자가 중심인 다수의 정책 펀드나 국민성장펀드와는 달라야 한다. 투자 대상도 원칙적으로 국내외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 싱가포르도 처음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은 글로벌 투자, 테마섹은 국내 투자로 이분화했으나 지금 테마섹은 그 경계를 없앴다. 첨산산업일수록 글로벌 가치사슬로 얽혀있어 투자대상은 국내 기술과 기업을 넘어 글로벌로 확대해야 한다. 고용이 줄어드는 AI 시대에는 해외의 승자독식 성과를 국내로 가져오는 것이 투자의 중요한 과제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부펀드의 성과는 결국에는 재정으로 환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명확한 재정 준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퓨처펀드에서 배울 점은 목표적립금 도달까지 재정 환입을 금지한 점이다. 지금도 목표적립금에 미달한 상태라 적립금 전액을 재투자하고 있다. 성숙한 국부펀드들은 국가 예산과 연계가 매우 활발하다. 세계 최대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적립금의 3%를 일반예산으로 매년 전입한다. 싱가포르 GIC나 테마섹은 연간 수익률의 50% 이내에서 일반예산으로 전입한다. 공교롭게 두 나라 모두 국가 재정에서 국부펀드 수익 비중이 20% 정도로 비슷하다. 한국형 국부펀드도 재정 준칙을 만들어 국부펀드가 미래세대의 재정 재원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활용에 관해서도 호주 퓨처펀드처럼 사용처를 특정(연금 지급)하거나 노르웨이·싱가포르처럼 일반회계로 전입해 당시의 사회적 수요에 충당할지 방침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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