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경로를 공식화하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카드론, 신용융자 등 가계가 활용하는 주요 차입 수단의 금리가 일제히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다시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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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사진=연합뉴스) |
2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28일 연 4.280%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변동형 주담대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 6개월물 금리도 연 3.001%로 1년 4개월 만에 3%대를 넘어섰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장기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채권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이르면 7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 28일 공개된 점도표에는 기준금리 연 3.00%에 10명의 위원이 점을 찍었고 3.25%에도 2명이 점을 찍었다. 금통위에서는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소수의견도 2명 나왔다.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강한 긴축 신호가 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금리 상승은 은행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연 4%대 중반에서 최고 7% 수준까지 형성돼 있다. 이미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8%를 넘어선 상태다.
은행권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본격화할 경우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 역시 연 8%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대출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차주들의 부담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연 5% 금리로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에서 3억원을 빌릴 경우 월 상환액은 약 161만원이다. 그러나 금리가 연 8%로 오르면 월 상환액은 약 220만원으로 늘어난다. 매달 약 60만원, 연간으로는 700만원이 넘는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가계 전체의 부담 역시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과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을 때 가계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이 약 3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 전체 이자 부담은 연간 3조원가량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주식 투자에 빚을 활용한 투자자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6조2547억원으로 올해 들어 9조원 넘게 증가했다. 보유 주식과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예탁증권담보융자 잔액도 1분기 말 기준 26조3645억원에 달한다.
마이너스통장 이용 규모도 증가세다. 지난 21일 기준 5대 은행 개인 신용한도대출 잔액은 41조2822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약 1조5000억원 늘었다. 증시 상승에 따른 기대 수익률이 대출 이자율보다 높다고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투자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취약차주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도 금리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카드사의 주요 조달 수단인 AA+ 등급 3년 만기 여전채 금리는 지난 28일 연 4.279%를 기록했다. 26일 연 4.177%에서 이틀 만에 0.10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카드업계는 대출 재원의 약 70%를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실제 카드론 금리는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4월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3.565%로 전월 대비 0.075%포인트 상승했다. 통상 여전채 금리 상승이 카드론 금리에 반영되기까지 2~3개월가량 시차가 있는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금리 상승이 주담대 차주뿐 아니라 카드론 이용자와 레버리지 투자자 등 금융 취약계층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한 상황에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진 차주들이 카드론 등 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어 금리 상승 충격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이미 시장금리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하반기 추가 인상이 현실화하면 주담대와 카드론, 신용융자 등 가계가 활용하는 대부분의 차입 수단에서 이자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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