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 코(Kelvin Koh) 스파르탄 그룹 공동창업자는 웹3 업계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투자자다. 골드만삭스 아시아 지사에서 18년간 애널리스트와 임원을 거친 그는 2018년 벤처캐피털(VC) '스파르탄 그룹'을 설립하며 웹3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탈중앙화금융(DeFi, 이하 디파이)와 블록체인 게임 등 테마형 벤처 펀드 운용부터 최근 마켓 뉴트럴 전략까지 다양한 투자 전략을 시도 중인 코 창업자는 "약세장일수록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20일 블루밍비트와의 인터뷰에서 코 창업자는 약세장을 돌파하는 투자 철학과 한국 웹3 생태계에 대한 조언, 실물자산토큰화(RWA)의 미래 등에 대해 폭넓은 견해를 밝혔다.
"거품은 꺼져도 혁신은 남는다…기본에 집중해야"
코 창업자는 자신의 투자 철학을 "기본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 외환위기, 닷컴 버블, 글로벌 금융위기를 모두 겪으며 일시적 거품이 꺼져도 진짜 혁신은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2018년 가상자산 시장 폭락 당시 많은 투자자가 이탈했지만, 스파르탄은 유망 프로젝트 자문 및 첫 펀드 출시에 집중했다. 유망한 팀과 아이디어를 찾았다면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철학에 따른 행보였다.
이후 스파르탄은 디파이, 게임, 인프라 등 테마별 펀드를 조성하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다. 최근에는 시장 방향성과 무관한 수익을 추구하는 마켓 뉴트럴 전략 펀드와 세 번째 벤처 펀드 출범을 준비 중이다.
코 창업자는 "시장 중립 전략은 예전부터 고민해온 방안"이라며 "이는 리스크를 줄이고 전통 자산 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자금을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진출 전략 자문, 사업 개발 연결 등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액티브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약세장 대응 원칙은…"남들이 두려워할 때가 매수 적기"
스파르탄의 투자 방식은 '역발상(Contrarian)'으로 설명된다. 코 창업자는 "시장이 두려워할 때 반대로 가는 용기가 있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며 "남들이 떠날 때가 오히려 미래의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싸게 담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파르탄은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던 2018~2019년에도 유망 프로젝트에 시드 투자를 단행했고, 이후에도 적극적인 사후 관리를 이어오고 있다. 가격 폭락으로 투자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행태를 가장 경계한다는 것이 코 창업자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긴 호흡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불황일수록 창업자와 더 자주 소통하고 제품 개발 및 커뮤니티 구축을 독려한다"며 "후속 투자, 인력 충원 등의 지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약세장은 오히려 내실을 다질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태도를 통해 스파르탄은 창업자들 사이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명성을 얻었다"며 "가상자산 업계에서 인내심은 곧 승리의 열쇠"라고 덧붙였다.
"韓 웹3 시장, 잠재력 충분…글로벌 확장성과 규제가 관건"
코 창업자는 한국 웹3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기술력과 시장 규모 모두 갖춘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게임과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외부 자본의 접근성 부족, 중앙화 거래소 중심의 시장 구조 등은 단점으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 웹3 생태계는 외부 자본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며 "규제 불확실성 또한 글로벌 투자사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투자자들은 온체인 생태계보다는 거래소 기반의 활동에 치중돼 있다"며 "이들이 온체인으로 넘어올 수 있도록 교육과 사용자 경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프로젝트들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며 "싱가포르, 홍콩 등 가상자산 허브를 공략함과 동시에 해외 투자자 및 프로젝트와 적극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확한 규제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코 창업자는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기관과 해외 자본이 안심하고 유입될 수 있다"며 "이는 한국 웹3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스파르탄이 점찍은 'RWA'…"차세대 먹거리로 자리 잡을 것"
코 창업자는 RWA를 웹3 시장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았다. RWA는 부동산, 국채, 금, 주식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상에 토큰화해 디지털 자산처럼 유통·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을 의미한다
그는 "전통 금융 자본이 웹3로 들어오려면 익숙한 자산이 먼저 온체인화돼야 한다"며 "머지않아 모든 자산이 토큰 형태로 거래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RWA가 활성화되면 전통 금융기관들도 자연스럽게 웹3로 유입되고, 전체 시장 규모도 커질 것"이라며 "스파르탄 역시 관련 스타트업 투자와 펀드 설계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코 창업자는 "10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기관 참여가 현실이 됐다"며 "물론 여전히 시장은 변동성이 크지만, 웹3는 사이클마다 진보해 왔다. 꾸준히 준비한 이들이 다음 황소장에서 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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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