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무대에서 역대급 대이변이 연출된 가운데, 무적함대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잠재운 만 40세의 베테랑 골키퍼가 글로벌 슈퍼스타로 급부상했다.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의 수문장 보지냐가 그 주인공이다.
카보베르데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대다수 전문가의 대패 예상을 뒤엎고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퀴라소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본선 땅을 밟은 카보베르데는 FIFA 랭킹 2위이자 옵타 우승 확률 1위(16.1%)인 스페인을 상대로 값진 승점 1점을 수확하는 기적을 썼다.
이변의 중심에는 단연 보지냐가 자리했다. 1986년생으로 만 40세의 나이에 생애 첫 월드컵을 경험하게 된 그는 이날 로드리, 쿠쿠렐라에 이어 후반 라민 야말까지 투입하며 총 27개의 슈팅(유효슈팅 7개)을 퍼부은 스페인의 화력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경기 종료 후 스페인 선수들은 허탈함에 피치 위에 주저앉았고, FIFA는 압도적인 선방쇼를 펼친 보지냐를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했다. 평점은 9점에 달했다.
보지냐는 MOM 트로피를 품에 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그는 "비자 발급 비용이 너무 비싸 제때 신청하지 못하는 바람에 어머니께서 이곳에 오시지 못했다"며 "어머니께서도 여기 함께 계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축구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이른바 '보즈의 마법사'(오즈의 마법사를 패러디한 별명) 신드롬이 일어났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추이가 이를 증명한다. 16일 오전까지만 해도 100만명 가량이었던 그의 팔로워 수는 경기 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이날 오후 3시를 기점으로 530만명을 단숨에 돌파했다. 카보베르데의 전체 인구수가 약 50만~52만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본국 인구의 10배에 달하는 전 세계 팬들이 반나절 만에 그의 계정으로 결집한 셈이다.
한편 카보베르데는 오는 22일 우루과이를 상대로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 사냥에 나선다. 보지냐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나이와 관계없이 서로를 가족처럼 대하는 단결력"이라며 "모두 우리가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여기에 온 줄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경쟁하기 위해, 그리고 조국을 위해 싸우려고 이곳에 왔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외신들도 일제히 이번 경기를 월드컵 역사에 남을 언더독의 반란으로 다루는 모양새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1950년 미국의 잉글랜드 격파, 1966년 북한의 이탈리아 격파 등과 함께 이번 무승부를 대이변사(史)의 주요 사례로 꼽았다. 폭스 스포츠 역시 세계 67위 카보베르데와 2위 스페인의 65계단 차이를 주목하며 랭킹 기준 역대 대이변 4위에 올렸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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