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반도체 초격차 유지의 필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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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도체 초격차 유지의 필수 조건

최근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한국 반도체산업은 큰 호황기를 맞이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57조원, 3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6%, 406% 증가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코스피지수 7000 시대 주역인 두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40%를 넘어섰다. 실적 개선으로 법인세가 크게 늘어 국가 재정에 기여할 것이며, 많은 협력기업의 매출과 기업가치에도 도움을 줄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15%(45조원 추정)라는 막대한 성과급을 요구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단순히 개별 기업 성과 배분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과 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과도한 성과급과 이를 제도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먼저 투자 여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는 대규모 장치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다. 지난 10년(2016~2025년)간 삼성전자의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은 665조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383조원)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전체 R&D 비용(38조원)보다 더 큰 규모의 성과급 지급은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최근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다. 글로벌 AI 전환으로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의 추격과 견제가 가속화하고 있다. 대미 투자·통상 환경 변화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불안도 위험 요인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지금보다 더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올해 높은 실적으로 확보될 재원 역시 기업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투자돼야 한다.

형평성과 공정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반도체기업의 높은 성과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에 더해 경영진의 과감한 투자와 경영 전략, 주주의 자본 투자, 정부의 정책 지원, 협력업체의 역할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물론 근로자의 기여도 있으나, 다른 주체에 비해 과도한 보상은 형평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주주 동의가 없는 대규모 성과급 지급은 주주권 보호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과도한 성과급은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확대하고 청년층의 대기업 선호를 높여 중소기업 인력 부족과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심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성과 배분 방식 역시 단순히 전체나 사업부문별 실적보다 개개인의 직무 가치와 성과를 반영해 근로자의 동기 부여를 유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시금 지급이 아니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같은 중장기 보상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파업 및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반도체 생산 차질은 국가 전체,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세계적으로 반도체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 커지는 이때, 노사 갈등으로 발생하는 생산 차질은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대외 신인도를 저하시킬 것이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노사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반도체는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자본·기술 집약 산업이다. AI 전환 시대를 맞이한 우리가 지금의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나친 이익 배분 논의는 지양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성장 기반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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