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온라인 회의가 몇 개 있었다. 여러 명이 대면으로 회의를 하려면 장소 정하기도,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았겠지만,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니 누구는 집에서, 누구는 직장에서, 또 어떤 사람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편하게 참석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회의는 지난 3월 열린 국제회의에서 논의가 부족했던 쟁점을 다루기 위한 것이었는데, 세계 각지에서 참석한 사람들이 인사를 나누며 ‘그곳은 몇 시인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여러 분야에서 온라인이 일상이 되고, 시공간 제약 없이 편리하고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해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해도, 서로 만나는 건 여전히 나름의 가치가 있다. 상호 신뢰를 쌓고 이를 토대로 조금 더 긴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만나서 밥이라도 한 끼 같이 하거나 ‘치맥 회동’을 하는 게 특히 효과적일지 모른다.
예전에 변호사로 일할 때는 지금만큼 온라인 회의가 많지 않았지만,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 이메일이나 전화로 의사소통하는 것은 일반적이었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반응이 잘 이해되지 않거나 무언가 오해가 생겼을 때는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게 가장 빠르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인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 온라인으로 대화를 이어 나가는 건 불필요한 오해를 키우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갈등도 다양해지고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갈등 상황에서는 온라인 공간에서만 생각을 키우는 것이 더 위험하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더 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고, 왜곡된 알고리즘 탓에 균형 잡힌 시각을 알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 자체가 재밌을 수는 있겠지만, 갈등을 줄이는 게 목표라면 이는 별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또 이렇게 되면 특정 그룹 사람들을 일반화해서 이해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개개인은 각자 경험이 다르고 그래서 생각도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
얼마 전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수업을 들은 한 학생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대학생으로서 자신이 관찰한 20대의 정치 성향에 관한 글을 올려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은 터였다. 두서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고, ‘20대 남성’이라는 거친 프레임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상대의 내면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내가 청년 세대와 우리 세대, 혹은 선배 세대에 대해 얼마나 고착화된 인식을 품고 있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청년 문제와 세대 간 갈등에 관해서는 많은 이가 나름의 분석과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전혀 간단하지 않다. 각자의 경험치가 파편화된 상황에서 저마다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관찰하니 백가쟁명식 대안에 그치고 만다. 어쩌면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문제 해결에는 끝내 실패할지도 모르겠다는 회의감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서로의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면 그 출발점 역시 오프라인에서 상호 접점을 늘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 번의 대화로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학생들이 나를 ‘중년의 꼰대 같은 교수’가 아니라 어느 부분에서는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이해해 준다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 될 것 같다.

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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