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허스트는 기존 제도와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영국의 현대미술가입니다. 그의 작품 앞에서 관객의 반응은 대개 둘로 나뉩니다. ‘이게 예술인가?’라는 의문 혹은 ‘무엇을 말하려는가?’라는 질문입니다.
1991년 허스트는 첫 전시회에서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가 가득 찬 유리 진열장에 넣어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라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이후에도 다이아몬드 해골, 잘린 소의 머리, 파리 유충 등 매번 아름다움과 불쾌함,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건드리는 작품으로 논란을 이어왔습니다.
허스트를 이해하려면 그가 등장한 시대적 배경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던 1980, 90년대 마거릿 대처 시기의 영국에서는 미술과 시장의 결합이 본격화됐습니다. 허스트는 영국 골드스미스대 졸업 전시를 계기로 동료들과 함께 ‘YBA’(Young British Artists·영국의 젊은 작가들) 흐름을 이끌며, 자극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대중의 시선을 끌었습니다.첫 개인전을 계기로 찰스 사치와 제이 조플링의 후원을 받으며 빠르게 부상한 허스트는 이후 미술 시장의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웠습니다. 2005년과 2008년에는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1995년 테이트 갤러리에서 터너상을 수상했으며, 세계 주요 무대에서 도발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끊임없이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허스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해골은 영원히 살고 싶은 욕망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냅니다. 수천 마리 나비로 만든 스테인드글라스는 그 아름다움이 곧 사라질 운명임을 암시합니다. 약장 시리즈 역시 질병과 죽음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집착과 그 욕망의 부질없음을 보여줍니다. 그의 작품은 아름답지만 불편합니다. 허스트의 작품은 종종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받습니다. 실제로 그가 시장과 적극적으로 결합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도 그의 작품을 보고 누군가는 열광하고, 누군가는 날 선 비판을 보냅니다. 흥미로운 점은 감탄이든 거부감이든 전시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는 ‘생각할 거리’로 남는다는 것입니다.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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