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출신 A(28)씨는 지난해 가을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해 경기도에 있는 한 금속회사에서 조금 작업을 해왔다.
매일 무거운 철 제품을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입사 5개월 만에 손 통증이 심해져 더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됐다. 하지만 A씨가 통증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사장의 괴롭힘이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하다 건강 문제가 생겼다는 A씨는 “손이 많이 아팠다”며 “그런데 사장님 나쁜 욕을 많이 했다. 신발로 때렸다. 사업장 바꿔 달라고 하니 뜨거운 커피 얼굴에 던졌다. 이주 노동자도 사람이다”라고 토로했다.
사업장 변경을 요청한 A씨에게 사장은 도리어 뜨거운 커피를 A씨의 얼굴에 던지고 “업무 방해죄로 신고하겠다”며 경찰을 불렀다.
출동한 경찰은 A씨의 사정을 들은 뒤 “계속 이러시면 집에 가셔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뒤에야 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단, 자신이 당한 피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전남 나주에서 스리랑카인이 지게차 화물에 묶인 채 괴롭힘을 당한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전국 각지 이주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출신 B씨는 지난 5월 중순 경기 용인시 달걀 공장에서 한국인 간부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2주 상해를 입었다.
B씨는 고용복지센터 권고를 받은 업체 사장이 고용변경 신고서를 작성한 뒤에야 일터를 옮길 수 있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의 피해가 커지는 것은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막는 고용허가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행 외국인고용법은 고용허가제 근로자가 예외적인 경우에만 최초 3년 내 3번, 추가 1년 10개월간 2번까지만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고 규정한다. 더 큰 문제는 구직 기간 제한이다.
사업장을 변경해도 90일(3개월) 이내 새 일터에 취업하지 못하면 체류 자격을 잃고 강제 출국당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최정규 변호사는 “업주가 이주노동자를 폭행하거나 수백만원의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며 “사업장 변경 불가 원칙을 폐지해야 업주와의 ‘주종관계’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