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옛말 … 韓銀, 고질적인 저성과자 책상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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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옛말 … 韓銀, 고질적인 저성과자 책상 뺀다

신현송號 한국은행, 성과 중심 인사 시스템 혁신
절대평가 방식으로 등급 나눠
장기 저성과자 교육·보직이동
변화 없을땐 면직조치 '초강수'
MZ 직원들 한은 이탈 문제엔
申 "합당한 처우 마련하겠다"

사진설명

한국은행이 반복적으로 낮은 성과 평가를 받은 직원에 대해 수년에 걸쳐 개선 기회를 부여한 뒤에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퇴사 조치인 '징계면직'이 가능하도록 인사제도를 개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현송 총재 체제에서 한은 인사 시스템이 성과와 책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변화로 풀이된다. 한은 안팎에서는 공공부문 특유의 높은 고용 안정성에 기대 방만한 업무 행태를 보이거나 조직 내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를 막고, 조직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 3년 연속 최저 평가 땐 면직 가능

7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저성과 직원을 대상으로 한 단계별 관리 절차를 마련했다. 일정 기간 업무 성과가 반복적으로 저조한 직원에게 부서 이동, 교육, 면담 등 개선 기회를 부여하고 이후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징계면직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한은의 성과평가 등급은 EX(Exceptional·탁월), EE(Exceed Expectations·우수), ME(Meet Expectations·보통), BE(Below Expectations·미흡), NI(Need to Improve·개선 필요) 등 5단계로 운영된다. 이 가운데 BE와 NI가 저성과 등급으로 분류된다. NI는 '개선 필요'에 해당하는 최하위 등급이다. 이번 인사 개편에 따라 최하위 등급인 NI를 3년 연속 받거나 BE는 0.5회, NI는 1회로 환산해 5년 동안 누적 3회에 해당하면 관리 절차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한은은 그동안 개인 실적 중심으로 평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제도를 손질해왔다. 이번 개편은 2024년을 기점으로 인사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가능해졌다.

과거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일정 비율의 직원에게 낮은 등급을 부여해야 했기 때문에 저성과 평가만을 근거로 면직 절차까지 이어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절대평가로 전환한 이후에는 장기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예외적 사례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저성과 평가가 반복되면 먼저 상담과 교육, 보직 이동 등 업무 적응을 위한 개선 기회가 부여된다. 이후에도 성과가 회복되지 않고 조직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에 한해 노조 동의 등 절차를 거쳐 징계면직이 가능하다.

이번 조치는 고용 안정성이 강한 중앙은행 조직에도 성과와 책임을 중시하는 인사 원칙이 도입됐다는 점에서 다른 공공부문 인사 개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신현송 "햇볕 날 때 지붕 고쳐야"

이달 30일 신 총재 체제 첫 정기인사를 앞두고 중앙은행 내부의 인사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특유의 집단적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직원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신 총재는 지난달 창립 76주년 기념식에서 "취임 이후 우리 조직문화와 내부경영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으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직원들 입장에서 취약하거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햇볕이 비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격언을 소개하며 한은도 변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 "통제 수단 될라" 직원 반발도

다만 이번 조치에 대해 직원들의 반발도 나온다. 징계면직이라는 표현 자체가 직원들에게 주는 부담이 큰 데다 향후 제도가 성과 관리가 아닌 인사 통제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40대 한은 직원 A씨는 "제도 취지와 적용 절차를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평가의 객관성과 남용 방지 장치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과 비교해 갈수록 뒤처지는 처우 문제와 맞물려 한은을 떠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과거 '신의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선호도가 높았던 한은은 MZ세대 직원들이 떠나고 있고, 최근에는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직원의 이탈도 두드러지고 있다. 40대 퇴사자는 2020년 3명에 그쳤지만 2021년 8명, 2023년 10명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11명으로 20~40대 퇴사자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에 대해 신 총재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감으로써 성장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 합당한 처우가 뒷받침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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