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지방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IC 입구에 있는 여러 주유소 중 가장 저렴한 셀프주유소에 들러 '가득 주유', 삼성페이 결제 방식을 선택했다.
12만원의 금액이 선결제 됐고 실제 주유는 79000원이 됐다.
평소 선결제 된 금액이 자동 취소되고 실제 주유 금액으로 재결제되는 걸 경험했던 A씨는 영수증도 챙기지 않고 주유소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후 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하던 중 실제 주유 금액 79000원이 아닌, 선결제한 12만원만 결제된 상태임을 알게 됐다.
해당 주유소에 문의했으나 "신용카드는 취소 후 카드번호로 재결제 되지만 삼성페이는 직접 방문해서 재결제해야 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A 씨 위치와 해당 주유소는 2~3시간 거리였다. A 씨가 난감해 하자 주유소 측은 계좌번호로 79000원을 입금하면 카드사에 12만원 취소 요청을 해주겠다고 선심 쓰듯 답했다.
A 씨는 "우연히 결제내역을 확인했기에 망정이지 평소처럼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갔더라면 12만원을 지불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앞으로 영수증이나 취소 문자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겠다"고 말했다.
셀프주유소를 이용할 때 '가득 주유'를 자주 한다면 이같은 초과 결제를 주의해야 한다.
초과 결제 피해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선결제'가 있다. 직접 주유·결제를 해야 하는 셀프주유소 특성상, 소비자가 선택한 최대 주유 예상 금액을 보증금 개념으로 선결제한 뒤 주유가 진행된다. '가득 주유'를 선택하는 경우 최대 금액(15만원)이 보증금 개념으로 선결제 되고, 주유를 마치면 실제 금액이 결제된 뒤 선결제 금액이 취소된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선결제 취소-재결제 순의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재결제가 이뤄진 뒤 선결제가 취소되는 방식을 취하는 곳도 있다.
이때 신용카드 한도가 초과됐거나 체크카드 통장에 잔액이 부족한 경우 재결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덩달아 선결제 금액도 취소되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주유 과정이 완료되기 전에 빼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A 씨 경우처럼 삼성페이로 결제할 경우에도 유사한 오류가 발생했다는 후기가 빈번하다.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에 따르면, 2017~2021년 상반기까지 고속도로 휴게소 셀프주유소에서 발생한 결제 오류만 4만 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초과 결제된 금액은 매년 4~5억원에 육박했으며 주로 '가득 주유'를 선택했을 때 발생했다.
도로공사는 카드사를 통해 지속해서 오류 사실을 통보하고 카드사가 고객에게 연락을 취하는 절차를 진행했지만, 초과 결제 금액이 환급되지 않은 경우는 1911건에 달했다. 현재는 셀프주유소가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일반적으로는 직접 통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급받지 못한 금액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사고가 속출하자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는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셀프주유소에서 카드 결제를 한 뒤에는 영수증을 꼭 확인해 결제 금액을 살피고, '승인 실패'와 관련된 문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초과 결제 사실을 한참 뒤에야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주유소 내에서 초과 결제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경우, 현장 직원에게 문의해 선결제 금액을 취소한 후 실제 주유 금액을 재결제하면 된다. 주유소를 떠난 이후에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전화로 결제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주유소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에는 카드사 고객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유소에 결제 일자, 카드 번호, 결제 금액, 승인번호를 알려주면 초과 결제 사실 확인 후 취소가 가능하다. 이때 카드 비밀번호나 유효기간은 필요하지 않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페이로 선결제가 이뤄졌을 경우에도 전화로 결제 취소가 가능하다. 다만 같은 카드로 취소해야 하기 때문에 실물 카드가 아닌 삼성페이 카드 번호를 알려줘야 한다.
다만 유가보조금 카드로 결제했을 경우에는 전화로 결제 취소가 불가능해 재방문이 필요하다. 취소와 환급에는 3~4영업일이 소요되며, 카드사 앱 등을 통해 처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