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농산물 등 완전히 개방”
정부 “이미 99.7% 개방 언급한 것”
전문가 “트럼프 발언 그대로 못믿어”
추후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할 수도
한미 관세 협상에서 여권 지지 기반인 농민 반발을 우려해 쌀·소고기 추가 개방을 막는 대신 자동차 관세와 대미 투자 규모, 철강 관세 등에서 충분히 얻어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당초 자동차 관세는 12.5%를 목표로 협상에 임했고, 철강 관세 또한 추가 인하를 기대했지만 결과가 달랐다. 반면 정부는 쌀과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농산물 시장 개방 여부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설명에 간극이 있는 것도 향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앞서 미국과 일본 간 무역 협정에서도 양국 발표가 달랐던 만큼, 최종 합의문 발표 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는 트루스소셜 게시글에 “한국은 무역에 있어 미국에 완벽하게 개방(completely open)하는 데 합의했다”며 “한국은 자동차와 트럭, 농축산물 등 미국 제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적었다.
반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식량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실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표현에 차이가 있는 것에 대해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한다”며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 합의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의 5대 농산물 수입국으로 이미 99.7% 농산물이 미국에 개방돼 있기 때문에 이를 언급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농산물 개방과 관련해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추가 개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향후 비관세장벽 완화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입맛에 맞는 말만 하는 경향이 있다”며 “후속 협의가 이뤄질 예정인 만큼 발언을 그대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농산물 시장에서의 완전 개방이라는 것이 검역 규정이나 원산지 규정 등 정당한 통제 장치를 손대겠다는 의미인지 불명확하다”며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실제 합의 내용이 달랐던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실제 합의 내용과 부합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