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차기 교황 선출 회의는 추기경단의 비밀 투표인 ‘콘클라베’(Conclave)를 통해 결정된다. 콘클라베는 이르면 다음 달 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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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파롤린(왼쪽) 추기경,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사진=AP 뉴시스) |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다’(Con clavis)는 뜻의 콘클라베는 13세기 처음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1268년 이탈리아 로마 인근 비테르보 지역에서 시작한 선거가 5년간 결론이 나지 않자 시 당국과 주민이 추기경을 한 곳에 감금하고 빵과 물만 공급하면서 교황 선출을 독려한 것이 계기가 됐다.
콘클라베는 통상 교황의 선종일로부터 15~20일 내에 개최한다. 정확한 개시 날짜는 콘클라베 준비를 위한 추기경 회의에서 확정한다. 1996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발표하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3년 개정한 교황령 ‘주님의 양 떼’(Universi Dominici Gregis)를 따른 것이다.
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있는 선거인은 교황의 직위를 뜻하는 ‘사도좌’(使徒座·sede)가 공석이 되기 전날 기준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들이다. 현재 투표권이 있는 추기경은 135명이다. 대륙별로는 △유럽 53명 △북미권 20명 △아시아권 23명 △아프리카 18명 △남미 17명 △오세아니아 4명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74세인 교황청 성직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유일하게 투표권을 갖고 있다.
콘클라베는 19세기 후반부터 시스티나 성당에서 개최하고 있다. 추기경들은 교황청 내 방문자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머물다 투표할 때만 교황청이 제공한 버스를 통해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한다. 콘클라베 기간 전화·인터넷·신문 구독 등 외부와의 소통은 금지된다.
투표는 후보를 정하지 않고 선거인 각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 방식이다. 콘클라베 첫날을 제외하면 매일 두 차례씩 진행한다. 투표는 전체 선거인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한다. 13일간 투표했는데도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다 득표자 2명을 놓고 결선 투표를 벌인다. 이때도 3분의 2 이상 득표해야 한다.
20세기 들어 투표 기간은 평균 사흘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콘클라베 시작 이틀 만에 선출됐다. 교황 선출 사실은 성당 굴뚝으로 피워올리는 흰 연기를 통해 알린다. 검은 연기가 나오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콘클라베가 끝나면 선거인 중 수석 추기경이 밖에서 기다리는 이들에게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뜻)이라며 새 교황의 선출 사실과 이름을 공포한다. 이후 새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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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출 회의 ‘콘클라베’ 절차. (디자인=이미나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메리카 대륙 출신의 첫 번째 교황이었다. 이번 콘클라베에서는 최초로 아시아 또는 아프리카에서 백인이 아닌 교황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외신들은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탈리아),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필리핀)을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파롤린 추기경은 2013년부터 10년 넘게 바티칸 2인자인 국무장관으로 일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개혁적 성향에다 아시아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아프리카 성직자들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의 첫 장관을 지낸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가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추기경(민주콩고) 등이 대표적이다. 보수 진영에선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헝가리),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이탈리아)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