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뽀로로·아빠는 퇴마록 봐요"…K애니, '어린이용' 꼬리표 뗀다

2 weeks ago 11

"아이는 뽀로로·아빠는 퇴마록 봐요"…K애니, '어린이용' 꼬리표 뗀다

‘뽀로로’, ‘하츄핑’ 등 유아·어린이용 콘텐츠라는 인식에 갇힌 K-애니메이션 산업 지형도가 바뀐다. 최근 극장가에서 인기를 끈 ‘퇴마록’ 같은 성인들을 겨냥한 콘텐츠 제작 지원 등 정부가 애니메이션 IP(지식재산권)의 연령·장르·매체 다각화를 추진하는 방침을 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5~2030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과 인공지능(AI) 발전 흐름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중장기 전략이다. 2029년까지 총 1500억원 규모의 애니메이션 특화 펀드 신설을 통한 산업 투자 활성화를 비롯해 유통 다변화, 해외진출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3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청·장년층용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2010년대 들어 완구 사업과 결합한 영유아용 3D 작품들로 시장을 키웠지만, 저연령층에 편중된 제작·투자와 텔레비전 방송 위주의 유통 체계가 고착화되며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단 문제의식에서 나온 정책이다. 애니메이션 수요층을 확대하고 장르 외연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는 한국 웹툰이나 웹소설 기반 애니메이션은 정작 일본 등 경쟁국에서 외주로 제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숏폼 중심의 미디어 소비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의 주 소비층은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접한 2030 세대다. 지난해 콘진원이 발표한 ‘애니메이션산업백서’에 따르면 2023년 애니메이션 시청자의 약 70%가 18~34세 젊은 성인으로 추정된다

더현대 서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의 평일 대기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의 평일 대기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극장가에 걸리는 애니메이션도 그간 ‘사랑의 하츄핑’ 등 어린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12세 이상 관람가의 성인용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 연재된 동명의 장르소설을 원작으로 지난 2월 개봉해 50만 관객을 동원한 ‘퇴마록’이 대표적이다. 2023년 개봉해 누적 490만 명을 끌어모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30~40대 관람객이 7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열리는 ‘제78회 칸 국제 영화제’에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이 국내 작품 중 유일하게 초청받고, 월트디즈니 등 글로벌 스튜디오 애니메이터로 한국인이 활약하는 등 국내 관련 인력들의 역량도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문체부는 전 연령대와 매체를 아우르는 애니메이션 IP를 웹툰, 웹소설, 게임, 굿즈 등 연관 장르로 전환하는 ‘OSMU(원 소스 멀티 유즈)’ 콘텐츠로 만들어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23년 1조1000억원 수준인 산업 규모를 2030년 1조9000억원으로, 1억2000만 달러 수준인 수출 규모는 1억7000만 달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용호성 문체부 1차관은 “이번 계획은 애니메이션을 전 세대가 즐기고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종합 전략”이라며 “현장 목소리를 지속 반영하고, 계획이 실효성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