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사각지대 된 마통
5대은행 전체 한도 96.5조
사용된 금액은 44.9% 그쳐
절반 이상 언제든 인출 가능
이달 들어서도 2조원 넘게 쑥
한도를 받아두고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는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잔여 한도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만 53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은행권 신용대출을 지목하며 신규 개설을 막고 한도를 줄이는 등 조치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미 받아둔 한도 내에서 쓸 수 있는 금액이 수십조 원에 달하며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마이너스통장 한도액은 전날인 15일 기준 96조52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실제 차주들이 한도 내에서 꺼내 쓴 금액은 43조3860억원이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금액이 53조1383억원에 달한다.
마이너스통장은 개설 당시 한도를 정하면 이후엔 별도 심사 없이 언제든 한도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규제 역시 한도 내 사용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이미 한도 설정 때 적용돼 미사용한도와는 무관하다.
문제는 국내 증시가 이례적인 호황을 맞이하고 변동성이 극대화되면서 전례 없이 마이너스통장 사용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6조9000억원 증가했는데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3조7000억원 늘며 증가세를 견인했다. 기타대출이 전월 대비 이만큼 늘어난 것은 2021년 4월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이다.
기타대출 증가세의 상당 부분은 마이너스통장대출이었다.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대출 잔액은 지난 5월에만 1조8429억원이 늘었다. 전 은행권 기타대출 증가분의 절반가량이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대출에서 나온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증가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상용'으로 통용되는 마이너스통장은 이자 상환 부담 등을 이유로 차주들이 한도를 꽉 채워 사용하진 않는다. 과거에도 한도 소진율이 50%를 넘은 적은 은행별로 봐도 없었다. 다만 현재와 같이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선 과거엔 볼 수 없었던 높은 소진율을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이달 들어서도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크게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보름 만에 2조2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대출잔액이 급증한 지난 5월 한 달간의 증가분(1조8429억원)을 6월 들어 보름 만에 넘어선 것이다. 한도 소진율(44.9%)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영끌' 열풍이 불었던 2020년과 2021년보다 높은 수치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은행들을 소집해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은행권에 선제적인 신용대출 관리를 당부했다. 이에 은행들은 신규 개설 마이너스통장 최대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등 곧바로 화답했으나 기존 마이너스통장의 잔액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길은 없어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만기가 남아 있는 마이너스통장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강제할 수단이 없어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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