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환 숙명여대 교수 "탄소감축, 국가 산업 핵심과제...'목표+투자' 패키지 제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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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탄소감축 이슈가 국가 산업 전략을 좌우할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경ESG〉는 안영환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를 만나 NDC의 방향성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한경ESG] 커버 스토리 ④ 불붙은 NDC 속도 논쟁
인터뷰 안영환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 "탄소감축, 국가 산업 핵심과제...'목표+투자' 패키지 제시돼야"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둘러싼 논의는 산업구조 전환과 국가경쟁력의 향배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안영환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탄소감축은 더 이상 환경 이
슈가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의 핵심과제”라며 “2035년 목표만이 아니라 2050년까지 전체 이행 경로, 특히 2040년 수준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제사회는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중간 단계로 2035년 NDC 목표를 마련 중이며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초에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안 교수는 “2040년은 단순한 중간 단계가 아니라 산업구조와 신기술이 교차하는 시점”이라며 “산업공정 전력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2035년 NDC는 목표 중심이 아닌 정부와 산업이 함께 참여하는 ‘패키지형 NDC’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목표 설정 후 민간 자율’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정부와 민간이 ‘목표+투자’ 패키지를 공동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GX(녹색 전환) 정책을 예로 들며 “정부가 재정·금융 계획을 함께 내고 있는데, 한국도 NDC와 이행 경로 발표 시 ‘어떤 산업에 얼마를 투자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흔들리지 않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가 탄소중립에 부합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2028년 글로벌 스톡테이크(GST)와 IPCC 제7차 평가 보고서 발간을 전후로 전 세계가 다시 NDC 상향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선진국과 주요 중진국은 이미 2050년 혹은 그 이전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GST 결과에 따라 2035년 상향 조정과 2040년 추가 목표 설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90% 감축, 일본은 2013년 피크 대비 선형 감축 경로를 제시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하위권이고, 산업 효율성은 높지만 탄소 경쟁력은 약하다”며 “특히 중국이 빠르게 탈탄소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위기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2018년을 정점으로 32년 만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나라”라며 “선진국에 비해 짧은 기간 안에 감축해야 하므로 2030년 목표를 단순히 약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1인당 배출량이 높고, 산업 부문 감축목표가 느슨한 점은 국제 비판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현재 산업 부문 배출 감소는 경기 둔화로 인한 일시적 효과가 크며, 구조적 감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탄소가격은 1톤당 8000~9000원으로, EU의 10만 원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며 “단기 부담은 줄지만 장기 경쟁력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향후 NDC 대응 전략으로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와 ‘정책의 일관성·예측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력망, 재생에너지 계통, ESS, 수소 인프라 등은 민간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초기 투자가 필수이며, 정책기조가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아야 기업의 장기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전력화는 탈탄소의 핵심”이라며 “수송, 건물, 산업공정 모두 전력을 기반으로 전환하고, 2040년에는 탈석탄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력 부문 탈탄소화 속도를 높이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탄소가격의 적정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GX 모델처럼 민관 합동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재생에너지, ESS, 히트펌프, 수소환원제철, 전기차 등 전기화·저탄소 기술이 핵심 분야라면서 기술개발 속도는 반도체나 AI에 비해 느리다. 기술개발에 대한 인센티브와 적정한 배출권 가격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단체와 민관 협력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는 산업계의 의견을 정부와 국제사회에 전달하고, 해외 사례를 공유하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며 “기후 정책을 비용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민관이 함께 인프라·금융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실행 중심의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2025~2035년은 방향 설정에서 실행과 재편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라며 “향후 10년의 핵심 키워드는 탄소가격, 투자, 금융, 인프라, 공정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전기화, 공정 전환, 금융 내재화를 조기에 실현하는 주체가 미래 산업경쟁력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 "탄소감축, 국가 산업 핵심과제...'목표+투자' 패키지 제시돼야"

다음은 안 교수와의 일문 일답.

- 글래스고 기후 합의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기후 거버넌스 속에서 한국의 NDC는 어느 위치에 있다고 보십니까.


“아직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입니다. 재생에너지 비율은 OECD 중 하위권이며, 산업 부문의 에너지 효율은 높지만 탄소 경쟁력은 자신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중국이 탈탄소 경쟁에서 속도를 내는 상황이라 위기감이 큽니다.”

- NDC가 단순한 감축목표를 넘어 국가경쟁력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기후 공시 제도가 강화되면서 스코프 1·2·3 배출량까지 요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제경제질서가 탄소 경쟁력을 포괄하도록 바뀌고 있는 데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그 일환입니다.”

- 현재 2030년 40% 감축목표에 대한 현실성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40%는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닙니다. 그러나 산업계의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11.4% 수준으로, 독일이나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산업계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 향후 NDC 상향을 앞두고 어떤 근본적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전력 부문은 가능한 한 빠르게 탈탄소로 전환해야 합니다. 정부는 현재 2040년 탈탄소를 목표로 하지만, 빠를수록 좋습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대폭 높여야 하며, 산업 부문은 탄소중립 기술개발과 함께 고부가가치·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전력 소비량은 2024년 557TWh에서 2038년 735TWh로 증가하고, 2050년에는 1000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정부의 탄소중립 이행 체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까요.
“우선 탄소가격의 적정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또 확실한 예산 지원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녹색 전환 정책처럼 민관 합동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는 모델이 참고할 만합니다.”

- NDC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 분야는 무엇이고, 기술 주도형 NDC 전환이 가능한가요.
“재생에너지와 ESS가 핵심입니다. 또 열의 전기화를 위한 히트펌프, 산업 부문의 수소환원제철, 납사 대체 등 원료 대체 기술, 수송 부문의 전기화가 중요합니다. 기술 주도형 NDC 전환도 물론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선 기술개발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적정한 배출권 가격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수소환원제철 같은 핵심기술은 속도전이 필요합니다. 현재 탄소중립 기술개발은 반도체나 AI에 비해 속도가 느립니다.”

- 산업별 차등 전략이나 보텀업 방식의 NDC 전환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보텀업 방식이 필요합니다. 다만, 정부가 정보공개에 소극적인데, 이는 비판의 프레임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투명성을 높이고 다양한 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또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기후 대응 비용, 부담 주체, 지원 방식 등을 명확히 논의하고 공정 전환 논의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향후 10년간 NDC와 탄소중립 논의가 한국 사회에 어떤 전환점을 가져올까요.
“2025~2035년은 방향 설정에서 실행과 재편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입니다. 향후 10년의 핵심 키워드는 탄소가격, 투자, 금융, 인프라, 공정 전환입니다. 전기화, 공정 전환, 데이터·금융 내재화를 조기에 실현하는 주체가 미래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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