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속 독약으로 본 화학의 원리[곽재식의 안드로메다 서점]

3 days ago 23

◇죽이는 화학/캐스린 하쿠프 지음·이은영 옮김/376쪽·1만7000원·생각의힘 여름 휴가철에 꼭 어디 멀리 가야만 제맛은 아니다. 여름밤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 놓고 조용한 집 안에서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마음에 드는 추리소설 한 권을 뽑아 읽으며 시간을 보내도 멋진 휴가다. 아니면 저녁 산책을 나가 자주 가는 커피 가게에 자리를 잡고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오는지도 모르도록 책을 읽는 것도 여름에 한 번은 경험해 볼 만한 여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추리소설을 읽으면 좋을까? 고백하자면 20년째 작가 생활을 해오고 있는 나는 스스로 쓴 추리소설 책도 한두 권 있어서 내 책을 되돌아보는 일도 많다.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추리소설 하면 인기가 많았던 윌리엄 아이리시, 그러니까 코넬 울리치의 책이라든가, 아니면 애거사 크리스티의 책 정도라면 언제나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단, 크리스티 추리소설이라면 한 가지 고민거리가 더 있다. 국내에 워낙 번역된 책이 많기에 어느 책부터 읽어야 할지 고르는 데 꽤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럴 때 전채요리처럼 맛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죽이는 화학’이다. 이 책은 크리스티 소설 속 살인 사건에 사용된 여러 독약에 대해 해설해 놓은 책이다. 크리스티가 많은 책을 써낸 만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독약의 종류만 해도 다양하다. 개중에는 청산가리나 아편처럼 독약 하면 바로 떠오를 만한 물질도 있고, 니코틴처럼 친숙한 물질이지만 독약으로 생각하긴 어려운 물질도 있다. 또 디기탈리스처럼 이 분야에 관심이 많지 않으면 낯설게 들리는 물질도 있다. 그렇기에 두루두루 여러 물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추리소설에 드러난 시대상을 폭넓게 다루기에도 좋다. 비소의 독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한때 유럽에서는 페인트 성분으로 비소를 남용했다든가, 아편이 얼마나 끔찍한 마약 문제의 충격을 일으켰는지 등과 같은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독약의 화학 이야기와 함께 자연스레 읽을 수 있다. 화학에 대한 책을 정말 재미있게 쓰는 한국 작가로는 장홍제 광운대 교수가 있다. 일전에 나는 그로부터 화학 이야기 중에는 “폭발물과 독약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적어도 이 책에서는 확실히 통하는 말이다. 독약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다 보면 으스스하고 괴상하면서도 놀라운 이야기들을 많이 하게 된다. 물질과 몸의 반응, 사람의 몸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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