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파 화가가 사랑할 때···마티스의 딸이자 뮤즈 '마르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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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붓 터치와 단순하고 과감한 원색 처리로 색채를 거침없이 표현한 20세기 야수파의 대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가 그의 장녀인 마르그리트(Marguerite)를 모델로 작업한 백여 점의 작품을 프랑스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에에서 오는 8월 24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마르그리트는 마티스와 그의 모델 캐롤린 조블로(Caroline Joblaud) 사이에서 태어났다. 마르그리트가 4살이 되었을 때, 마티스는 아멜리 파라이르(Amélie Parayre)와 결혼하고 그녀를 입양하여 두 이복형제인 쟝과 피에르와 함께 키웠다. 마티스에게 마르그리트는 특별한 존재였다. 꿈 꾸는 듯한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자신감 넘치는 여성의 모습으로, 마티스는 수십 년간 마르그리트를 화폭에 그려냈다.

앙리 마티스, 검은 고양이를 안은 마르그리트, Issy-les-Moulineaux, 1910. / 이미지출처. © Centre Pompidou, MNAM-CCI, Dist. GrandPalaisRmn/Georges Meguerditchian

앙리 마티스, 검은 고양이를 안은 마르그리트, Issy-les-Moulineaux, 1910. / 이미지출처. © Centre Pompidou, MNAM-CCI, Dist. GrandPalaisRmn/Georges Meguerditchian

앙리 & 아멜리 마티스 부부와 딸 마르그리트, Collioure 작업실, 1907. / 사진출처. © Archives Henri Matisse

앙리 & 아멜리 마티스 부부와 딸 마르그리트, Collioure 작업실, 1907. / 사진출처. © Archives Henri Matisse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 마르그리트

마르그리트는 어려서부터 병으로 몸이 허약하여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교육받았다. 마티스의 작업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의 창작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자랐다. 마르그리트는 모델로 항상 함께하며 마티스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숨겨진 뮤즈였다.

마르그리트는 7살 때 디프테리아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은 후 목에 생긴 흉터를 가리기 위해 항상 검은색 리본을 목에 메고 다녔다. 가족들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좋지 않았기에 작품 속 그녀의 얼굴은 경직되어 보인다.

앙리 마티스, 마르그리트, Collioure, 1906-1907. / 이미지출처. © Grand palais RMN (musée national Picasso-Paris)/René-Gabriel Ojeda

앙리 마티스, 마르그리트, Collioure, 1906-1907. / 이미지출처. © Grand palais RMN (musée national Picasso-Paris)/René-Gabriel Ojeda

앙리 마티스, 책 읽는 마르그리트, Collioure, 1906. / 이미지출처. © Ville de Grenoble / Musée de Grenoble-J.L. Lacroix

앙리 마티스, 책 읽는 마르그리트, Collioure, 1906. / 이미지출처. © Ville de Grenoble / Musée de Grenoble-J.L. Lacroix

경직되고 수줍던 모습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이는 '검은 고양이를 안고 있는 마르그리트'와 '핑크와 화이트 얼굴'에서 잘 나타난다.

앙리 마티스, 핑크와 화이트 얼굴, Paris, 1914–1915. / 이미지출처. © Centre Pompidou, MNAM-CCI, Dist. GrandPalaisRmn / Philippe Migeat

앙리 마티스, 핑크와 화이트 얼굴, Paris, 1914–1915. / 이미지출처. © Centre Pompidou, MNAM-CCI, Dist. GrandPalaisRmn / Philippe Migeat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마티스는 마르그리트의 초상화를 수없이 많이 그렸다. 마르그리트는 세련된 옷과 모자를 쓴 우아한 젊은 여성으로 성장한다. 마티스는 파리를 떠나 니스에 머물면서 지중해의 햇빛 속에서 새로운 창작 생활을 시작한다.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에서 머물며 프랑스 디자이너 푸아레(Poiret)의 화려한 체크무늬 코트를 입고 발코니에 앉아있는 마르그리트를 그렸다.

앙리 마티스, 체크무늬 코트를 입은 마드모아젤 마티스, Nice, 1918. / 이미지출처. © Christie’s Image Limited 2024

앙리 마티스, 체크무늬 코트를 입은 마드모아젤 마티스, Nice, 1918. / 이미지출처. © Christie’s Image Limited 2024

1920년, 마르그리트는 건강 문제로 또 한 번 수술을 받고 1년간 노르망디 바닷가 에트르타에서 요양한다. 마티스는 이때 조금씩 회복해 가는 딸의 모습을 그렸다. 이후 니스로 다시 돌아온 마티스는 딸의 초상화를 약 25년간 그리지 않는다. 그러나 마르그리트의 모습은 1920년대 니스를 배경으로 한 마티스의 그림 속에서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무도회나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우아하고 세련된 의상을 입은 두 여인의 모습이 바로 마르그리트와 전문 모델인 앙리에뜨 다리카레로(Henriette Darricarrère)이다.

앙리 마티스, Moorish 양식의 병풍, Nice, 1921. / 이미지출처. © Philadelphia Museum of Art13

앙리 마티스, Moorish 양식의 병풍, Nice, 1921. / 이미지출처. © Philadelphia Museum of Art13

앙리 마티스, 꽃 축제, Nice, 1922. / 이미지출처. ⓒ Baltimore Museum of Art The Cone Collection, Dr Claribel Cone et Miss Etta Cone de Baltimore, Maryland

앙리 마티스, 꽃 축제, Nice, 1922. / 이미지출처. ⓒ Baltimore Museum of Art The Cone Collection, Dr Claribel Cone et Miss Etta Cone de Baltimore, Maryland

1923년 마르그리트는 조르주 뒤투이트(Georges Duthuit)와 결혼하고 화가로 데뷔했다가 곧 그만두고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한다. 그러다 결국 마티스의 작업과 전시, 카탈로그 작업 등을 관리하며 예술가인 아버지를 돕는 일을 한다.

마르그리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참여하고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이 암울했던 시대에 마티스는 마르그리트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딸이 겪었을 엄청난 위험과 고통을 보고 괴로워했다.

앙리 마티스, 마르그리트, Vence, 1945. / 이미지출처. © Collection particulière/Jean-Louis Losi

앙리 마티스, 마르그리트, Vence, 1945. / 이미지출처. © Collection particulière/Jean-Louis Losi

댄스 댄스 댄스 – 마티스

마티스는 1906년부터 1954년 사이, '춤'을 주제로 2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다. 전시장 내의 몰입형 가상현실 체험공간에선 마티스가 그려낸 '춤'을 바탕으로 한 가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댄스 댄스 댄스 - 마티스' 가상현실 체험 장면. / 사진. © 정연아

'댄스 댄스 댄스 - 마티스' 가상현실 체험 장면. / 사진. © 정연아

몰입형 가상현실 아트 프로덕션이자 배급 회사인 루시드 리얼리티(Lucid Realities)와 다큐멘터리 제작사인 TSVP가 제작했으며, 아그네스 몰리아(Agnès Molia)와 고든(Gordon) 감독의 공동 작품인 이 10분짜리 가상현실 작품은 미국 뉴욕 현대 미술관의 '춤', 파리 현대 미술관의 '파리의 춤', 미국 필라델피아 반스 재단의 팔라디오 창문 위에 설치된 '메리언의 댄스(The Dance at Merion)'의 기원을 보여준다.

파리=정연아 패션&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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