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영 칼럼] 이름값 못하는 '청년 뉴딜'

1 week ago 7

[양준영 칼럼] 이름값 못하는 '청년 뉴딜'

이쯤 되면 뉴딜이 아니라 ‘노딜(no deal)’ 아닌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 뉴딜’ 정책을 들여다보면 이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분기 청년 고용률 43.5%, 구직·실업·쉬었음 청년 171만 명 시대에 해법으로 내놓은 정책인데, 알맹이가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경제부 고용노동부 등 7개 부처가 몇 달간 작업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물론 정부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이 청년 채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렇다고 기존에 하던 사업의 대상자를 늘리고, 공공 일자리를 확대하는 수준의 대책으로는 청년 고용률을 반등시키기에 부족하다. 뉴딜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

정부는 청년이 실무 경력을 쌓도록 2만3000개의 일 경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부분 세금으로 만든 단기 아르바이트다. 국세청 체납관리단 실태조사원 9500명, 농지조사원 4000명 등이 포함됐다. 둘 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사업이다. ‘전쟁 추경’ 취지에 맞지 않다고 야당과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청년 뉴딜 대책에 끼워 넣었다. 모두 청년으로 채용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청년 뉴딜에 대해 정부는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처방이 아니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경로를 설계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지만 보여주기식으로 수치를 늘려 발표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단순 조사, 보조적 업무 수행이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도 있다. 민간 기업이 설계·운영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 ‘K뉴딜 아카데미’다. 대기업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금융, 콘텐츠 등 청년 선호 분야 직업훈련을 1만 명에게 제공한다. 대기업 참여로 기대가 높지만, 채용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업 체험만 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대책은 청년들의 취업 역량을 키우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분야의 직업훈련을 강화한다고 취업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AI 도입으로 신규 채용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챗GPT가 등장한 후 3년간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1만1000개 감소했는데, 98.6%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이었다.

청년 실업의 큰 원인 중 하나는 미스매치다. 청년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면서 중소기업은 되레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상당수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기업이 청년 채용을 늘릴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용 유연성을 높이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좁히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정년 연장 등 기존 근로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고용 절벽에 내몰린 청년들을 생각하지 않는 정책들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에 청년 전담 조직이 없는 상황을 지적하며 정책부서 신설을 지시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청년 문제도 기성세대가 결정한다는 것”이라며 청년들을 정책에 참여시킬 뜻을 내비쳤다. 정부가 뉴딜을 언급할 정도로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면 대책도 파격적이어야 한다. AI 확산으로 노동시장이 대격변을 맞고 있다.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식의 낡은 대책으로는 청년 문제 해결은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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