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신탁으로 재산을 맡겨 둔 A대표는 국세청에서 날아온 ‘해외신탁 신고의무 불이행에 따른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신탁재산가액의 10%가 과태료로 찍혀 있었다. 비슷한 시기 해외주식·코인 투자를 위해 미국과 싱가포르 계좌를 운용하던 B씨도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다. 신고대상인 줄도 몰랐던 계좌 때문에 수억원대 과태료를 부담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해외자산 신고의무를 몰랐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과태료 부과 통지서를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그 금액을 그대로 납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촘촘해지는 역외자산 그물망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는 2011년부터 시행 중이다. 올해부턴 해외신탁 재산까지 신고의무 대상에 포함됐다. 가장 최근인 2025년(2024년분) 신고인원은 6858명(94조5000억원)으로, 가상자산 신고 대상 추가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38%(금액은 46%) 급증했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11년(525명·11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인원은 약 13배로 늘었다.
신고가 늘어나는 만큼 제재도 강화되고 있다. 2011~2022년 미신고 과태료 부과 인원은 637명, 부과금액은 2157억원에 달한다. 해외신탁도 올해 6월 30일까지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 시 재산가액의 10%(상한 1억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는 세금이 아니다-그래서 더 헷갈린다
과태료는 세금이 아니라 ‘질서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다. 세금 불복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과세전적부심사청구 → 심사·심판청구 → 행정소송으로 이어진다. 과태료 불복은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이 적용돼 ‘행정청 과태료 부과 → 60일 내 이의제기 → 법원 과태료 재판’이라는 전혀 다른 루트를 탄다.
조세심판원과 같은 행정심판 단계를 거치지 않으며, 법원절차도 원고와 피고가 대립하는 소송이 아니다. 상대방 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을 조사하고 판단하는 비송사건이다. 절차가 다른 만큼, 일반적인 세금 불복이나 민사소송의 틀로 접근하면 대응 방향을 잘못 잡기 쉽다.
4단계 전략은 무엇일까?
1단계 — 사전통지 시점. 국세청은 과태료 확정 전에 사전통지서를 보낸다. 납부기한 내 자진납부하면 일부 감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진납부 이후 이의제기가 불가능하다. 또한 유의할 점은, 미신고 계좌의 경우 과태료 사전통지와 병행해 해당 계좌 자금의 출처확인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출처 소명 과정에서 미신고 소득이 드러나면, 과태료와는 별개로 소득세·증여세 등 추가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따라서 금액이 억울하다면 섣불리 납부하기보다, 과태료 뿐 아니라 후속 세금 부담까지 포함한 전체 그림을 먼저 점검하는 게 좋다.
2단계 — 과태료 부과통지 후 60일, 이의제기의 골든타임. 부과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해당 세무서에 서면으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이의제기만 하면 과태료 부과처분은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세금은 불복해도 납부의무가 유지되지만, 과태료는 이의제기 자체가 집행정지 효과를 갖는다. 행정청은 14일 이내에 관할 법원에 사건을 송부한다.
다만 실무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 과태료와 세금의 이런 차이가 일선 세무서에서도 혼동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의제기가 적법하게 접수됐음에도 세금 체납과 동일하게 취급해 재산 압류를 시도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이의제기를 한 뒤엔 접수 사실을 증빙으로 확보해 두고, 부당한 압류 시도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3단계 — 법원의 과태료 재판. 여기서 핵심이 나온다. 법원은 행정청이 부과한 금액에 구속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과태료 재판은 행정관청 내부의 부과 기준에 기속되지 않고, 법이 정한 상한 범위 내에서 동기·위반 정도·결과 등을 고려해 재량으로 액수를 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8. 12. 23.자 98마2866 결정).
행정청이 10%로 부과했더라도, 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해 감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법원의 재량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면 위반 경위의 불가피성이나 성실한 사후 시정 노력 등 감경 사유를 법적으로 설득력 있게 구성해야 한다. 비송사건 절차와 과태료 실무에 정통한 변호사의 역할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4단계 — 법원 결정 이후. 법원이 과태료 금액을 최종 결정하면 관할 세무서를 통해 새로운 고지서가 발부되고, 당사자는 그 금액에 따라 납부한다. 당초 행정청이 부과한 금액이 아니라 법원이 정한 금액이 최종 납부액이 된다.
신고가 최선의 방어, 불복은 최후의 보루
6월 신고기한 전에 해외금융계좌와 해외신탁 신고 대상 여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누락을 발견했다면 과태료 부과 전에 수정신고 또는 기한 후 신고를 해야 한다. 그래도 과태료가 부과됐다면 60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해야 한다. 법원은 금액을 새로 정할 수 있고, 참작할 사정이 있다면 감액을 다투는 것이 충분히 의미 있다. 신고가 최선의 방어이고 불복은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그 보루 안에서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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