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영원한 캡틴’ 박경수가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은퇴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경수는 “내가 이런 성대한 은퇴식을 치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난 꿈을 이룬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사진제공|KT 위즈
“저는 꿈을 이뤘습니다.”
KT 위즈의 ‘영원한 캡틴’ 박경수(41)는 성남고 3학년 시절이던 2002년 4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차명석, 송구홍의 합동 은퇴식 현장을 찾았다. 당시 성남고의 주장이었던 그는 모교 성남중·고 선배인 둘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나도 이런 성대한 은퇴식을 치를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을 품은 그는 23년여 뒤인 1일 자신의 은퇴식이 열린 수원KT위즈파크로 성남중·고 후배들을 초대했다.
박경수는 은퇴 기자회견에서“차명석 LG 트윈스 단장님, 송구홍 선배님 은퇴식에 꽃다발을 들고 갔던 내가 모교 후배들 앞에서 은퇴를 하게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이종범(현 KT 코치), 류지현(현 야구대표팀 감독님)을 보며 학창시절을 보내던 내가 이렇게 성대한 은퇴식을 치를 수 있게 됐다는 것 자체로 어릴 적 꿈을 이룬 것”이라고 덧붙였다.
KT의 ‘영원한 캡틴’ 박경수가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은퇴에서 모교 성남고 후배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박경수는 KT뿐만 아니라 KBO리그 전체에서도 주장의 이미지를 짙게 띠는 선수였다. 2003년 LG의 1차지명으로 입단한 그는 2015년 KT로 이적한 뒤 총 6시즌간(2016~2018·2022~2024시즌) 주장을 맡았다. 리그에서 6시즌 이상 주장을 맡은 선수가 진갑용(삼성 라이온즈·7시즌) 단 1명뿐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유)한준이에 이어 (박)경수가 주장의 역할을 잘 해준 덕분에 우리 팀의 정신과 끈끈한 문화가 이어져온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박경수는 KT가 최하위 이미지를 떨쳐내고 강팀으로 변모시키는 데 앞장선 주장이었다. 그가 KT로 이적한 첫해인 2015년에는 팀이 1군에 갓 진입한 상태여서 기존 팀들보다 전력이 약했다. “주장을 처음 맡았던 2016년을 잊지 못한다”는 그는 “내 성적이 아무리 좋았어도 그때 우리 팀의 성적이 좋지 못해 ‘KT와 빨리 붙고 싶다. 언제 만나냐’는 다른 팀 선수들의 말도 많이 들었다. 당시 (김)민혁이처럼 스물 남짓 된 선수들이 패배의식에 젖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런 힘든 시기를 지나 훗날 우승도 하게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박경수의 은퇴식 현장을 찾은 KT 팬들. ‘경수대로 6번길’로 명명된 1루 메인 게이트 옆에서 진행된 ‘박경수 사진 자선 경매’ 행사에 많은 팬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박경수는 많은 것을 남겼다. 2015년부터 7연속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친 그는 통산 161홈런, 719타점으로 이 2개 부문에서 역대 2루수 최다 기록을 세웠다. 2021년에는 유한준, 황재균 등과 함께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KT는 그의 은퇴를 기념해 올 시즌 구장 1루 메인 게이트를 ‘경수대로 6번길’로 부르기로 했다. 은퇴식에 앞서선 그와 함께한 우승 등의 추억을 기념하고자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박경수는 “출근길에 우리 팬들이 많이 오신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참 묘했다”며 “이 분들께 ‘그동안 선수 박경수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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