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빌려줄까”만 고민한 은행…그곳에 날아온 ‘8조원의 경고장’ [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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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 은행 “얼마나 빌려줄까”만 고민한 은행…그곳에 날아온 ‘8조원의 경고장’ [기자24시] 업데이트 : 2026.07.31 11:17 닫기 서울 도심에 설치된 은행 ATM기. [뉴스1] 은행업의 본질은 갚을 수 있는 사람을 가려내 돈을 빌려주는 데 있다. 차주의 상환 능력을 판단하고 위험에 맞춰 금리와 한도를 정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은행이 예대마진을 가져가는 명분도 여기서 나온다.최근 은행권 자산건전성을 취재하면서 이 당연한 명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주요 은행들의 실적은 역대 최대를 경신했지만 부실 직전 단계에 놓인 여신도 일제히 불어난 상황이다. 특정 기업이나 사건 탓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흐름때문이라는 게 은행권의 공통적인 진단이다.이 여신들도 대출이 나가던 날에는 전부 ‘정상’ 등급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정상여신이 경기 변화에 따라 요주의로 내려가는 것 자체를 심사 실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증가 속도와 규모다. 심사를 통과해 정상으로 분류됐던 대출 가운데 8조원 이상이 상환 능력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사실은 은행들의 대출 대상 선별과 사후관리 능력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공교롭게도 지금 은행권의 화두는 ‘얼마나 빌려줄 것인가’다. 국가적 과제로 생산적 금융 전환이 떠오르면서 금융지주마다 조 단위 공급 계획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에 안주해온 관행을 깨자는 취지는 옳다. 다만 방점이 공급 규모에 멈춰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중요한 건 혁신기업 대출이야말로 은행업의 본질을 정면으로 시험하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담보가 없으니 기술력과 시장성, 현금흐름을 읽어내야 한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일과는 차원이 다른 심사다. 수십 년간 담보와 보증에 기대온 은행에 그 안목이 하루아침에 생길 리 없다. 준비가 안 된 채 목표부터 좇으면 오늘 집행한 생산적 금융이 몇 년 뒤 부실로 되돌아올 수 있다. 정책 기조에 맞춰 서둘러 불린 자산이 시차를 두고 건전성 청구서로 돌아온 경험을 은행권은 이미 여러 번 했다.얼마나 푸느냐는 의지의 문제지만 어디에 푸느냐는 역량의 문제다. 산업을 아는 심사역을 키우고 기술평가와 현금흐름 분석 체계에 투자하는 일은 더디고 티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생산적 금융의 성패는 올해 공급 목표 달성률이 아니라 몇 년 뒤 그 대출들이 어느 등급에 있느냐로 판가름 날 것이다. 8조원의 경고는 가려내는 일에 소홀했을 때 어떤 청구서가 돌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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