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 속 대형원전·SMR 유치전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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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 대진표가 확정됐다. 경북 영덕군과 울산 울주군이 대형 원전, 경북 경주시와 부산 기장군이 SMR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정부가 작년 초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수립된 원전 건설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한 데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위기가 커지면서 신규 원전 건설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전 경험 있는 4개 지자체 격돌


에너지 위기 속 대형원전·SMR 유치전 탄력

31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진행한 신규 원전 건설 후보지 유치 공모에 영덕군과 울주군, 경주시, 기장군 등 네 개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했다. 영덕군과 울주군은 1.4기가와트(GW)급 대형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에 지원서를 냈다. 경주시와 기장군은 0.7GW급 SMR 1기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이번에 지원한 지자체들은 이미 원전을 운영하거나 원전 후보지 공모에 응한 경험이 있는 곳이다. 영덕군은 원전 부지를 확보해놓은 게 가장 큰 강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백지화된 ‘천지’ 원전 부지를 활용해 대형 원전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울주군은 원전 운영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근 산업단지의 전력 수요도 많다. 경주시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 원전 관련 인프라가 모여 있는 곳이다. 기장군에도 고리 원전이 있어 원전 관련 인프라를 SMR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다.

한수원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지를 평가하기로 했다. 결과는 이르면 오는 6월 말 나올 예정이다. SMR은 2035년, 대형 원전은 2037~2038년 준공하는 게 목표다.

◇좌초 위기 넘어 건설 속도 내나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은 지난해 초 11차 전기본에서 수립됐다. 당초 지난해 7월 건설 부지 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었지만 정권 교체로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이에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가동과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신규 원전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산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원전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도 힘을 보탰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월 한국갤럽을 통해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9.5%에 달했다.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건설 계획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유치에 나선 지자체들에 유치 신청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는 등 수급 불안이 이어지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에너지 공급 안정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중동 전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 산업 구조를 방치하면 지정학적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수준의 에너지 믹스 정책을 추진하고, 특히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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