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언급 성착취 피해자
2000년 마러라고서 근무
'2004년 절연' 주장 차이
수감중 엡스타인 전 연인
"사면해주면 의회서 증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희대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유착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엡스타인에게 성착취 피해를 당한 여성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과거 자신 소유의 리조트에서 일했던 이력을 공개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엡스타인의 성접대 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적극적인 해명이 되레 엡스타인과의 연루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코틀랜드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엡스타인과 절연한 20년 전 상황을 묻는 기자들에게 "그가 나를 위해 일하던 직원들을 데려갔다"며 "오래지 않아 그는 또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가 나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엡스타인의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그 이후에 나왔다. 엡스타인이 데려간 직원 가운데 미성년자 성착취 피해자였던 '버지니아 주프레'의 실명을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이 데려간 직원 가운데 젊은 여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답은 예스다. 그들은 스파에서 일했다"고 했다. 이어 주프레가 포함돼 있냐는 후속 질문에는 "주프레가 스파에서 일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가 그녀(주프레)를 훔쳐갔다"고 했다.
주프레는 17세였던 2000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중 엡스타인 측으로부터 안마사 자리를 제안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과거 그가 밝힌 엡스타인과 절연을 결정한 시점과 맞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던 절연 시점은 두 사람이 매물로 나온 플로리다주 팜비치 지역의 고급 저택을 놓고 경쟁 입찰을 벌이던 2004년이다. 그가 이날 새롭게 제시한 시점인 2000년 전후에는 두 사람 사이가 악화된 것 같지 않게 보이는 정황도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왜 과거와 해명이 달라졌냐는 NBC 기자의 질문에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언급하며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착취 공범이자 옛 연인인 길레인 맥스웰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감형 또는 사면'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맥스웰의 변호인인 데이비드 마커스 변호사는 이날 하원 감독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맥스웰에게 '관용'을 베풀어주면 그는 의회에서 정직하게 증언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마커스 변호사가 언급한 관용은 형사 책임을 면제해주는 사면과 감형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감형이나 사면을 조건으로 엡스타인 관련 의혹을 밝히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최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