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증거 인멸한 경찰 아버지…"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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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사진=뉴스1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의 범행 목적 분석에 활용된 개인 물품들이 수사 초기 압수수색 후 폐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증거품을 폐기한 인물은 경찰인 장윤기의 부친으로, '친족 특례'에 따라 검찰은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2일 광주지검 등에 따르면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의 아버지는 아들이 구속된 직후인 지난달 8일 아들의 원룸을 찾아갔다. 이후 장윤기의 범행 동기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었던 다수의 성인인형(리얼돌)과 장윤기 명의의 휴대전화를 폐기했다.

리얼돌은 장윤기가 범행 전 가슴과 목 부위 등을 흉기로 훼손하며 살인을 연습한 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장윤기의 계획 살인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였지만, 현직 경찰이었던 장윤기의 부친이 이 리얼돌을 토막 내 복수의 장소에 나눠 버렸고, 휴대전화도 불태워 없앴다.

장윤기의 부모는 아들이 구속된 후 전남 모처의 농촌 마을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고, 이곳에서 다른 폐기물과 함께 휴대전화를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밝혀졌다. 해당 휴대전화는 장윤기가 학창 시절부터 사용하던 구형 일반 휴대전화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은 검찰의 보완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발각된 것으로 파악됐다. 초동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원룸 압수수색 당시 리얼돌 촬영 영상만 남겼고, 이후에도 장윤기가 리얼돌을 훼손한 것에 대해 "분리수거를 위해 해체한 것"이라며 살인 예행연습 혐의를 부인키도 했다.

검찰은 경찰이 장윤기가 살았던 원룸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리얼돌 촬영 영상을 토대로, 증거 확보에 나섰다가 증거 인멸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또 장윤기의 차량 블랙박스 내용이 담긴 SD카드를 확보하지 못했는데, 이후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블랙박스 SD카드에 장윤기가 "내 앞에 나타난 여자만 불쌍하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불어 지인을 상대로 한 추가 조사에서 "장윤기가 '인생 망하면 여고생을 봉고차에 납치하겠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SD카드가 발견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검찰이 장윤기의 납치 및 성폭행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하는 증거품이었다. 초기 수사 단계에서 가족에게 인계됐다. 이후 검찰의 보완 수사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메모리카드가 압수됐다.

검찰은 이러한 조사를 통해 장윤기의 살인에 성범죄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강간 살인 등의 혐의로 변경해 지난달 기소했다. 단순 살인은 형량 하한선이 징역 5년이지만, 강간 목적 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선고만 가능하다.

다만 장윤기의 부친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친족의 증거인멸을 처벌할 수 없어 죄를 묻지 못했다. 형법 제155조 4항에는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지만 친족이 가족을 위해 죄를 범하면 처벌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참담하고 황당한 일"이라며 법 개정을 주장했다.

정 장관은 "'친족 특례'를 언급하며 '자신의 가족을 감싸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혈연적 본성을 사법 관점에서 고려한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유사한 취지로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의 처벌을 면제해 주던 '친족상도례' 규정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폐지한 만큼, 이 특례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 장윤기 사건의 피해자인 고(故) 이채원 양의 억울한 죽음에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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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입니다. 2012년부터 엔터 산업을 취재해 왔습니다. 연예계 사건·사고, K컬처를 전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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